현대차, 중고차 진출 공식화…"신차급 車로 시장 공략"

통합 포털 '중고차 연구소' 공개

5년·10만㎞ 이내 차량만 판매
200개 품질검사로 신뢰성 확보
가상현실 온라인 전시장도 계획

현대자동차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중고차 시장 진출을 7일 공식화했다. 엄격한 품질 검사를 통해 신차 수준의 중고차를 판매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중고차 사업 방향도 공개했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대표적인 ‘레몬시장’으로 꼽혔던 중고차 시장에서 거래 투명성이 확보되고, 전체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는 구입 후 5년·주행거리 10만㎞ 이내 자사 차량에 대해 200여 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하고, 이를 통과한 차량만 선별해 인증 중고차로 판매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중고차 시장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허위 매물을 근절하고 상품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매집 점검, 정밀진단, 인증검사 등 세 단계에 걸친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하이테크센터’도 구축하기로 했다. 정밀진단뿐 아니라 정비, 내·외관 개선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모바일 앱 기반의 온라인 가상 전시장에서 중고차 판매에 나선다. 상품 검색부터 견적, 계약, 출고 배송까지 전 과정을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중고차를 계약하면 집 앞 등 원하는 장소로 배송해 준다.

현대차 온라인 전시장은 360도 가상현실(VR)을 활용해 고객이 차량 내·외부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초고화질 이미지로 시트 질감, 타이어 마모도 등 촉감 정보 및 차량 냄새 평가와 엔진 소리 등 후각·청각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현대차에 팔고 신차를 구매하면 할인받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신뢰도가 높아져 잔존 가치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고차 관련 통합 정보 포털인 ‘중고차 연구소’(가칭·사진)도 열었다. 중고차의 사고 유무, 보험 수리 이력, 침수 여부, 결함·리콜 내역, 제원 및 사양 정보 등 차량 성능과 상태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해 정보 비대칭 문제를 해결한다. 국내 중고차 거래 80%가량의 실거래 가격을 데이터로 활용하고,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적정 가격을 제시한다. 또 중고차 거래의 주요 피해 유형인 허위·미끼 매물도 걸러낸다.

현대차는 기존에 반발이 심했던 중고차 매매 업체와 상생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을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독과점 우려를 없애기 위해 시장 점유율도 자체 제한한다. 올해 2.5%, 2023년 3.6%, 2024년 5.1%까지만 거래하기로 했다. 지난해 중고차 전체 거래량을 387만 대로 계산하면 올해는 10만 대 미만을 팔겠다는 얘기다. 완성차 5사의 시장 점유율은 올해 5%, 2023년 7%, 2024년 10%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국내 중고차 1위 기업의 시장 점유율이 4%인 점을 감안하면 올해 완성차 5사의 합산 점유율 목표치(5%)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