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대피하라"…러, 이제서야 포격 일시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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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여론 악화 의식한 듯러시아군이 7일(모스크바 현지시간) 오전 10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포격을 일시 중단했다. 대상 지역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북동부 국경도시 수미 등이다. 도시에 남은 민간인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키이우·하르키우 등 타격 멈춰
20만명 갇혀있는 마리우폴선
임시휴전 약속 깨고 기습 공격
10일 러·우크라 외무장관 회담
러, 비우호국 발표…한국도 포함
러시아군에 포위된 마리우폴은 민간인 약 20만 명이 도시에 갇혀 있었다. 총성은 잠시 멈췄지만 민간인 대피가 끝나면 러시아군의 거센 공세가 재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오는 10일 터키 안탈리아에서 회담을 하기로 했다.
포위망 좁히는 러시아군
러시아군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우크라이나의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지적을 의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올하 스테파니쉬나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전날 B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이 병원과 유치원, 학교마저 무차별 공격했다”며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으로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고 주장했다.6일 키이우 외곽 소도시 이르핀에선 러시아군이 쏜 박격포탄이 피란 행렬에 떨어져 어머니와 어린 자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마리우폴에서는 이틀 연속 주민 대피 계획이 무산됐다. 애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임시 휴전하고 마리우폴에서 민간인을 대피시키기로 했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갑작스레 포격을 가하면서 대피가 실패로 돌아갔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서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피란을 떠난 난민이 150만 명을 넘어섰다.남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포위하고 헤르손을 점령한 데 이어 흑해 최대 항구인 오데사를 접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동영상 연설에서 “러시아군이 오데사 폭격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는 역사적인 전쟁 범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북부와 동북부의 체르니히우 코노토프 수미 하르키우 등도 러시아군에 둘러싸여 있다. 러시아군은 호스토멜 부차 등 키이우 북쪽 외곽의 소도시를 점령했으며 이르핀도 본격 공략할 태세다. 러시아군이 점령한 남부 헤르손에선 수천 명이 광장에 모여 러시아군의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푸틴 “요구 충족돼야 군사작전 중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6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협상을 통해서든 전쟁을 통해서든 우크라이나에서의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 요구 취소 △비(非)나치화 △비무장화 △중립국 지위 △돈바스 지역 친러 분리주의 지역의 독립 인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비행장을 제공하는 국가는 전쟁에 개입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서 벌일 시가전에 대비해 시리아 전투원을 모집 중이다. 일부는 이미 러시아로 건너가 러시아군 합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리아 현지 매체도 러시아가 6개월간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소속 경비대로 복무할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다고 전했다.푸틴 대통령은 지난주 자포리자 원전 공격에 대해서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내 원전의 안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러시아, 우크라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 간 3자 회의 개최에 동의했다. 이날 러시아는 정부령을 통해 자국과 자국 기업 등에 비우호적 조치를 취한 국가와 지역 목록을 발표했다. 미국을 비롯해 영국 호주 일본 한국 유럽연합(EU) 등이 포함됐는데, 이들 국가를 대상으로 외교적 제한을 포함한 각종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