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최전선 진화대원 불갈퀴 하나로 불길·추위와 '밤샘 사투'

변덕스러운 바람에 툭하면 고립 위기·3박 4일간 '쪽잠'…사명감으로 버텨

"이번 산불은 통상 한쪽으로만 부는 바람과 달리 종잡을 수 없이 갑자기, 수시로 바뀌어서 위험한 순간이 유독 많아 한시라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
7일까지 나흘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 현장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신재웅(55)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은 불을 끄던 호수 등 장비를 남겨놓고 피신부터 해야 했던 아찔한 기억에 혀를 내둘렀다.

그동안 삼척과 강릉 등에서 발생한 수많은 산불 현장에서 바람을 등지고 화마와 맞서왔지만, 이번에는 유독 바람 방향이 급격하게 바뀌는 탓에 고립이 될 뻔한 위험한 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산림청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으로 조(10명)를 이뤄 투입된 신 대원은 지난 4일 오후 산불이 발화한 경북 울진군 북면부터 불길이 향한 삼척과 강릉 옥계 등으로 3박 4일간 강행군을 이어갔다.
산세가 워낙 험난한 탓에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밤을 새우면서 추위와 싸워야 하는 이중고는 몸을 지칠 대로 지치게 했다.

불길이 치솟는 산속이지만, 깊은 골짜기는 아직 얼음이 있을 정도로 기온이 급격하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헬기가 부족해 미처 산불현장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잠시라도 머뭇거리다가 불씨를 제거하지 못하면 대형 산불 위험이 더 커져 한숨을 돌릴 틈이 없다.

공수해 오는 끼니로 배를 채우고 차 안에서 '쪽잠'으로 버텨내고 있다.
야간에 추위도 잊은 채 땀범벅으로 진화 활동을 한 이들은 날이 밝아 올라간 길을 되돌아보면서 자신들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그는 "야간에 진화차량과 이어진 호수(1롤당 100m짜리)를 계속 연결해서 650m까지 이어 산 위로 올라가기도 했다"며 "밤사이 정신없이 진화하다가 날이 밝으면 저희끼리도 어떻게 올랐는지 놀랄 정도"라고 말했다.

헬기가 뜨지 못하고 산불의 확산 우려가 있는 곳에서는 직접 진화에 나서야 한다.

깜깜한 밤, 랜턴에 의지해 호수로 물을 뿌린 뒤 날이 밝아 (호수를) 정리하면서 그제야 보이는 급격한 비탈길에 놀라기 일쑤다.

이번 산불 현장에는 소방관과 공무원, 경찰, 의용소방대원 등 수많은 진화대원 속에 특수진화대의 활동도 큰 몫을 차지한다.

산림청이 산불에 특화된 전문대원들로 현재 전국에 435명이 활동 중이다.

전국에 5개 본부(북부·동부·남부·중부·서부지방산림청)에 소속돼 활동하는 이들은 헬기가 진입하기 힘든 산속 깊은 곳을 찾아 불을 진압하는 역할을 한다.
또 헬기가 물을 뿌리면 이후 뒷불 정리를 하고, 평소에는 산불 감시나 위험물 제거 활동 등도 한다.

하지만 위험을 무릅쓰고 산불 활동에 투입되고 있지만, 복지나 급여체계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데다 위험수당마저 없는 현실은 이들의 값진 노력을 온전히 보상해주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사명감 하나로 위험을 무릅쓰고 여전히 산불 진화 최일선에서 묵묵히 맡은 소임을 다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