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의 꽃' 해바라기, 그 밭에서 400만 혈투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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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국화(國花·나라꽃)인 해바라기는 화려하고도 슬픈 꽃이다. 우리나라보다 6배 넓은 국토(60만3628km²)에 드넓은 해바라기밭이 펼쳐져 있다. 비옥한 흑토 평야에 끝없이 이어지는 해바라기 물결이 장관을 이룬다.
해바라기밭은 소피아 로렌 주연의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의 무대이기도 하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조반니(소피아 로렌)가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남편을 찾으러 왔던 곳. 실종된 남편의 흔적을 뒤쫓던 그녀가 해바라기밭에서 만난 현지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 남편도 아마 다른 군인이나 민간인들과 함께 저 해바라기 아래 묻혔을 거예요.”
그런 비운의 땅이 러시아의 침략으로 다시 쑥대밭으로 변했다.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는 무장한 러시아군에 맞서 ‘해바라기 씨앗’을 거론하며 거세게 항변했다. “러시아 놈이 왜 여기 있어?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야!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나 넣어둬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
적군의 총 앞에서 호통치는 우크라이나 할머니의 동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가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푸른색과 노란색이 푸른 하늘과 노란 땅을 상징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해바라기씨유 수입량의 58%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물류가 통제되고, 식물성 기름 가격이 뛰면서 팜유 등 다른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세계 곡물 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식료품 물가까지 불안해지고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포인트를 기록해 전달(135.4포인트)보다 3.9% 상승했다. 지수는 24개 품목의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산출한다. 2014~2016년 평균을 100포인트로 잡는데, 이 지수가 140포인트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전쟁은 풍요로운 해바라기밭을 폐허의 땅으로 만들고,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를 막기 위한 각국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를 들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일편단심’ ‘애모’. 태양을 그리워하는 ‘사랑의 꽃’이다.
그런 꽃이 침략군의 탱크에 짓밟혀 눈물짓고 있다. 해바라기는 과거 소련의 국화이기도 했으니, 얄궂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더욱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해바라기밭은 소피아 로렌 주연의 이탈리아 영화 ‘해바라기’의 무대이기도 하다. 신혼의 단꿈에 젖어있던 조반니(소피아 로렌)가 2차 세계대전에 징집된 남편을 찾으러 왔던 곳. 실종된 남편의 흔적을 뒤쫓던 그녀가 해바라기밭에서 만난 현지 주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 남편도 아마 다른 군인이나 민간인들과 함께 저 해바라기 아래 묻혔을 거예요.”
2차대전 때 최대 700만 명 희생돼
이 광활한 해바라기 평원에서 2차 대전 중 400만 명의 군인이 뒤엉켜 싸웠다. 그때 희생된 우크라이나인이 500만~700만명에 이른다는 보고도 있다. 아름다운 꽃과 검붉은 피가 섞여 있는 이곳은 영화 속의 애절한 순애보와 전장의 비극을 동시에 기억하고 있다.그런 비운의 땅이 러시아의 침략으로 다시 쑥대밭으로 변했다. 한 우크라이나 할머니는 무장한 러시아군에 맞서 ‘해바라기 씨앗’을 거론하며 거세게 항변했다. “러시아 놈이 왜 여기 있어? 너희는 파시스트 점령군이야!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나 넣어둬라. 네가 이 땅에 쓰러지면 해바라기가 자랄 테니.”
적군의 총 앞에서 호통치는 우크라이나 할머니의 동영상은 전 세계에 퍼져나가며 엄청난 호응을 얻었다. 우크라이나 국기의 푸른색과 노란색이 푸른 하늘과 노란 땅을 상징하기도 한다.
한, 우크라 해바라기씨유 58% 수입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곡물창고’로 불린다. 4대 식물성 기름 중 하나인 해바라기씨유 수출 1위 국가다. 2위 러시아보다 훨씬 많다. 해마다 해바라기 씨 기름의 전 세계 수출 54%를 차지하며 47억달러(약 5조60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우리나라는 해바라기씨유 수입량의 58%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물류가 통제되고, 식물성 기름 가격이 뛰면서 팜유 등 다른 제품 가격이 치솟고 있다. 세계 곡물 시장이 출렁이면서 국내 식료품 물가까지 불안해지고 있다.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140.7포인트를 기록해 전달(135.4포인트)보다 3.9% 상승했다. 지수는 24개 품목의 국제가격 동향(95개)을 조사해 산출한다. 2014~2016년 평균을 100포인트로 잡는데, 이 지수가 140포인트를 넘은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전쟁은 풍요로운 해바라기밭을 폐허의 땅으로 만들고, 수많은 생명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이를 막기 위한 각국 시위대가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를 들고 평화를 기원하고 있다. 해바라기의 꽃말은 ‘일편단심’ ‘애모’. 태양을 그리워하는 ‘사랑의 꽃’이다.
그런 꽃이 침략군의 탱크에 짓밟혀 눈물짓고 있다. 해바라기는 과거 소련의 국화이기도 했으니, 얄궂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더욱 가슴 아프고 안타깝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