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물살 타는 공공기관 ESG 경영 공시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ESG 경영 확대를 발표했다. 4월 모든 공공기관은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사용량 등에 대한 공시해야 한다. 7월부터는 여기에 개인정보, 인권 경영, 동반성장 관련 공시 등이 추가 된다. 공공기관에 ESG 경영의 선도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한경ESG] 이슈 브리핑
공공기관 통합 공시 사이트 공공기관 알리오(Alio). 사진=알리오 홈페이지 캡쳐
공공기관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확대가 4월로 예고됐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2월 7일 전체 공공기관에 배포한 ‘공공기관의 통합공시에 관한 기준’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공공기관은 4월부터 연간 에너지 총사용량, 폐기물 발생량과 연간 용수 사용량을 공시해야 한다. 일반 기업보다 이해관계자 폭이 넓은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 가능 경영에 대한 선도적 역할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공개 대상 항목에 ‘ESG 경영 분류’가 신설됐고, 국내 ESG 평가지표 등을 참고해 환경·사회·지배구조 각 부문에서 10개 공시 항목이 추가됐다.

먼저 환경 부문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사용량, 폐기물 사용량, 용수 사용량 등을 4월부터 공시해야 한다. 환경법규 위반 현황에 대한 공시는 수시로 진행한다. 저공해 자동차 구매·보유 현황 공시는 7월부터 의무화된다.

사회 부문 공시는 7월부터 시작한다. 개인정보위원회의 공공기관 개인정보보호 진단 결과(개인정보보호), 기관의 인권 경영 체계 구축 및 이행 현황(인권경영), 중소벤처기업부의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 결과(동반성장 평가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지배구조 부문에서는 자체 감사부서 현황과 청렴도 평가결과 공시가 신설됐다.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강화를 위해 조직 자체적으로 반부패·청렴 활동 쇄신을 점검하는 것이 주요 목표라고 밝혔다. 기관 자체 감사부서 설치 및 운영 현황은 4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는 7월부터 공시한다.

공시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전체적으로 실효성이 약화된 항목을 폐지하고 유사 항목을 통합·재조정해 ESG 경영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것이 특징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정보를 누구나 투명하고 편리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항목 수가 많은 일부 항목을 재분류했다. 특히 안전·환경·인권 등이 속한 ESG 경영 분류를 신설해 기관 내 ESG 경영 현황을 편리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변화를 꾀했다. 공시 항목 중 사실상 자율공시 형태로 운영 중인 유가족 특별채용, 이사회 회의록 외 기타 자료, 경영혁신 사례 등 3가지는 공시 항목에서 제외한다.

안전·윤리경영에 초점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공공기관이 ESG 선도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다. 그간 정부는 알리오 홈페이지를 통한 통합공시 항목(공공기관 경영공시 중 주요 사항을 통합해 공시)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왔다. 기재부는 “공시는 공공기관에 대한 투자 판단과 평가의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ESG 경영을 촉진하는 핵심적 요소”라며 “국민이 원하는 공공기관 정보가 투명하고 정확하게 공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에도 안전경영책임 보고서, 온실가스 감축 실적, 봉사·기부 실적, 중증장애인 생산품 구매 실적, 가족 돌봄 휴가 현황 및 사용자 수 등이 공시 항목에 추가되며 ESG 공시 확대가 한 차례 이루어진 바 있다.

지난 2월에 발표한 공시기준 개정안에는 경영평가 제도 개편도 포함돼 있다. 정부는 윤리경영 배점을 3점에서 5점으로 확대해 경영 평가상 윤리·안전 경영의 철저한 점검을 강조했다. 또 윤리·안전 평가를 확대하고 평가 오류를 차단할 수 있도록 다단계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앞으로 중대한 위법·위반 행위 적발 시 윤리경영 지표는 0점 처리된다.정부는 지난해 안전경영 확보를 위해 공공기관 안전등급 평가제도를 실시했다. 올해부터는 이 평가 결과가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 중 ‘재난·안전관리 지표’에 반영된다. 지표는 재난관리 시스템 구축, 사이버 보안, 안전관리 등급 결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안전관리 등급 결과에 최대 가중치를 부여할 예정이다. 안전관리 능력이 없는 시공사의 경우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공사에 입찰이 제한되는 계약 특례도 올 1분기 내 승인될 예정이다.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폐쇄성, 경직성을 해결하려는 또 다른 노력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공기관 운영 관련 법률 개정안이 통과됐다. 개정안에는 기업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 최소 1명을 공공기관 비상임 노동이사에 임명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자격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서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은 근로자로, 임명된 비상임 노동이사는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은 오는 7월부터 시작된다.

공공기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개선하려는 노동이사제는 이미 독일, 프랑스 등 19개 국가에서 시행되고 있다. 기관 내 경영진과 노사 간 소통을 확대하고 투명성, 공익성 등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한국형 노동이사제에서는 공기업 개혁, 기업 생존 등 경제적 개입을 허용하므로 경영 결정에서 노사갈등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상생·동반성장이 주요 과제

공공기관도 최근 달라진 흐름에 맞춰 선제적으로 ESG 경영 확대에 힘쓰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동반성장을 주제로 협력사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특히 지역경제 견인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구상, 발굴하는 곳이 늘고 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5월 발전사 최초로 ESG 경영위원회를 설립하고 ESG 경영전략을 수립했다. 하반기에는 K-ESG 가이드라인에 부합하는 전담 부서를 꾸리며 보다 적극적인 ESG 경영 내재화를 선언했다. 중소 협력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표준협회, KSR인증원과 함께 ‘KOSPO ESG 상생 키움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도 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지난해 4월 ESG 경영을 선포하고 ESG 경영 목표를 세웠다. 이후 공격적으로 각 교육청·시청과 ESG 관련 업무협약을 맺으며 저탄소 친환경 식생활 문화 확산, 로컬 푸드 소비 확대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수력원자력, 코레일유통, 한전KDN 등 다양한 업계에서 ESG 위원회를 설치하고 추진 전략을 발표하는 등 공공기관의 ESG 경영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한동숙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의 ESG 도입을 위한 정책 방안> 보고서에서 ‘아직 공공부문의 지속 가능 경영 준수를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구체화되어 있지 않고 ESG 경영 방식을 기존 공공기관 경영평가 지표에 반영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어 점차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조수빈 기자 subin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