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군비경쟁 격화할 것…북한·중국도 사태 주시"

한국외대 특별토론회…"한국도 대비해야"
주한 우크라 대사 "후원계좌에 300만달러 넘게 모여"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세계 각국의 군비 경쟁과 기술·에너지 패권 경쟁이 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며 한국도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한국외국어대 우크라이나어과(홍석우 학과장)는 7일 서울캠퍼스 미네르바 콤플렉스 국제회의실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함의와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특별토론회를 열었다.

홍규덕 숙명여대 교수는 "러시아에 대해 서방 측은 효과적인 억지력을 보여 주지 못했고, 이는 미국과 서방 국가들에 적지 않은 전략적 과제를 안겨줬다"며 "결국 각국의 군비경쟁 강화와 치열한 기술력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 전쟁을 가장 열심히 보고 있는 곳은 중국과 북한"이라며 "중국이 러시아식의 해결책을 들고나와 대만 영토 주변부의 섬들부터 공략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홍 교수는 "북한도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무력으로 반격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러시아가 상대방 영토를 기습 점거한 뒤 더 많은 양보를 미국으로부터 얻어 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북한이 매료될 수도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실질적인 군사 억지력 확보와 동맹 강화 노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며 "갑작스러운 징병제 폐지나 급격한 병력 감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박노벽 전 주러시아 대사도 "아시아에서 유사한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며 "안보 위협을 관리하고 외교적으로 대처하면서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라나 쉐겔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2014년 서방의 반응이 소극적이어서 결국 푸틴이 대담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 다른 국가들의 반응이 충분하지 않으면 중국도 그만큼 대담해질 수 있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촉구했다.

서원희 국방시설본부 사무관은 천연가스 대러 의존도를 줄이려는 유럽의 움직임을 언급하면서 "한국 에너지 패권 변화에 따른 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토론회에 참석한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대사관에서 개설한 모금 계좌에 후원금이 300만달러(약 37억원) 이상 들어왔다"며 "일부는 우크라이나 국립은행 계좌에 송금하고 일부는 한국에서 식량, 약품 등을 구매해 우크라이나에 보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비상시국국민회의·자유연대 등 보수 성향 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주한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용산구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이동해 성금 1천100만원을 전달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전쟁을 즉시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