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침공] 유럽 방위비 지출확대 움직임에 방위산업 '반색'

독일 필두로 국방비 GDP의 2%로 증액 가능성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 지출을 늘리거나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세계 방위산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오랫동안 외교정책에서 군사적 역할을 경시해온 독일이 최근 국방비 증액을 발표한 데 이어 덴마크와 폴란드도 국방비 확대 방침을 밝혔다면서 러시아의 위협이 가시화됨에 따라 이런 움직임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앞서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달 27일 1회성 국방비 예산으로 1천억유로(약 134조원)를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전체 독일 국방예산 470억유로(약 63조원)의 두 배가 넘는 것이다. 숄츠 총리는 또한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1.5% 수준인 국방예산을 2024년에는 2%로 늘릴 것이라면서 미국 F-35 스텔스 전투기와 유럽산 첨단무기 구매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덴마크도 2023년까지 GDP의 2%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국방비 증액 목표에 따라 국방비를 늘릴 계획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지난 6일 역사적인 시기에는 역사적인 결정을 요구한다면서 국방비 증액과 함께 유럽연합(EU) 방위조약 가입을 위한 국민투표를 오는 6월에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나토의 아프가니스탄전 실패에 따른 피로감 속에 군비를 축소하던 유럽 국가들에 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켰다고 평가했다.

이번 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국제방산전시회에 참가한 군수업체 관계자들도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이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군수산업 조사기관 '제인스 디펜스 버짓'의 앤드루 맥도널드는 독일의 국방비 증액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방위비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럽 방산업체의 한 관계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면서 유럽 국가들의 방위비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유럽 국가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세운 미국 우선주의로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던 차에 러시아의 안보 위협까지 현실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를 나토가 제시한 자국 GDP의 2%로 늘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미국 증권사 제프리스에 따르면 모든 나토 회원국이 GDP의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하면 이들 국가의 연간 국방예산이 총 4천억달러(약 494조원)로 지금보다 25% 정도 늘어난다.

이에 따라 독일 방산업체 라인메탈의 주가가 전쟁이 본격화한 지난달 25일부터 현재까지 55.2% 급등하는 등 방위산업체의 기업가치가 커지고 있다. 씨티그룹은 나토 국가들의 국방예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라면서 GDP의 2%는 사실상 방위비의 최소 수준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