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산불] 국보 1호 숭례문 복원에도 쓰였는데…금강송 군락지 뚫려

"능선으로 불줄기 넘어와"…자욱한 연기와 소나무 타는 냄새 진동
시시각각 변하는 풍향에 진화 애먹어…"핵심 군락지 계곡쪽 최대 방어"
경북 울진에서 난 산불이 5일째 이어지면서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까지 일부 번진 것으로 나타났다.산림 당국은 정부 차원에서 유전자원을 보호하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숲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8일 오후 울진군 죽변면 산불현장지휘본부에서 한 브리핑에서 "시간을 확인해봐야 하겠지만 지금 화선(불줄기)이 조금 소광리 소나무 군락지 능선으로 약간 넘어온 상태"라고 말했다.

산림 당국은 초대형 헬기 2대 등을 추가로 동원해 금강송 군락지로 산불이 더 번지지 않도록 힘을 쏟고 있다.현재 소광리 일대에는 자욱한 연기와 나무 타는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소광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소광리나 그 주변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소방 당국은 시시각각 방향이 바뀌는 방향 탓에도 이번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산림청 관계자는 "풍속도 풍향도 모두 중요하다"며 "바람이 빠르면 불이 급격히 번지고, 바람이 약하면 연기가 고여 있어 헬기 작업 여건이 나빠진다"고 말했다.

풍속이 약하더라도 희뿌연 연기 탓에 가시거리가 나오지 않아 헬기 진화가 어렵다는 설명이다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재질이 특히 뛰어나 최고로 친다.울진 전역에 금강송이 자생하고 있지만 소광리는 국내 최대 금강송 군락지로 널리 알려졌다.

금강송 숲 원형이 잘 보전돼 생태 가치가 높고 경관도 수려하다.

면적이 2천247㏊에 이르는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는 수령이 200년이 넘는 소나무 8만여 그루가 자란다.

수령 500년이 넘는 보호수 2그루, 수령 350년으로 곧게 뻗은 미인송 등 1천만 그루 이상의 소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지름이 60㎝ 이상 되는 금강송도 1천600여 그루나 된다.

금강송은 금강산에서부터 백두대간을 따라 강원 강릉·삼척, 경북 울진·봉화·영덕 등에 자생하는데 금강산 이름을 따 금강송(金剛松)으로 불린다.

춘양목, 황장목, 안목송 등으로 부르는 곳도 있다.

곧고 균열이 적으며 아름다워 200년 이상 자란 금강송은 각종 문화재 복원에 쓰인다.

2008년 숭례문(남대문)이 불에 탔을 때 복원에 사용된 소나무가 바로 소광리에 있는 금강송이었다.

그런 만큼 이런 소광리 군락지 금강송이 탄다면 그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 큰 가치를 잃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 청장은 "핵심 군락지가 계곡에 모여 있는데 최대한 방어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