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선정한 '올해의 대법원 판결'
입력
수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의 법률전문가 집단인 공공운수노조 법률원이 지난 7일 작년 한 해의 노동법 관련 주요 판결을 선정해 발표했다. 법률원은 개별 근로기준, 집단적 노사관계, 비정규직 (특수고용, 간접고용, 기간제 및 차별), 산업재해 및 노동안전 등의 분야로 나눠 판례를 정리, 소개했다.
선정된 총 82건의 사건 중 법률원이 진행한 것은 59건이었다. 노동 법률 분쟁의 노동계 최전선에 있는 법률원이 중요하게 뽑은 노동 사건 중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용역업체 교체돼도 고용승계 거부하면 부당해고
개별근로기준법 분야 중요 판례 1위에는 대법원에서 4월 29일 선고된 고용승계 판결이 뽑혔다.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 승계 기대권이 인정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내용의 판결이다.
2위 판결에도 유사한 판결이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11일에 선고된 대법원판결(2019다280733)로, 민간 위탁에서 직영으로 시설 운영 주체가 변경된 경우에도 고용 승계 계약에 따라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 외에 해고 대상자가 해고 사유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계약 종료 통지서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라는 판결(2017다226605)과 징계 회부 사실을 공고한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본 판결(2021도6416) 등 징계 관련 판결들도 수위에 올랐다.
그 외에 성적 소문 유포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2021다219529)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불리한 조치를 한 회사와 임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판결(2020도16858)도 주요 판결로 꼽혔다.
◆어용 노조 상대로 설립무효 소 제기할 수 있어집단적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실질적 요건을 결한 노동조합의 설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꼽혔다(2017다51610). 이 판결은 노조가 자주성을 갖추지 못한 다른 노조인 이른바 '어용 노조'에 대해 설립무효 확인 청구를 제기할 소의 이익을 인정한 판결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를 인정한 사건(2019다200386)이 선정됐다. 이 사건은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하는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에게만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를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낸 판결이다. 이는 간접적 차별로 노동현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 의미 있다는 게 법률원 측의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지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결과 발표 및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노동청 로비 등에 장기간 앉아있던 것을 공동주거침입죄로 볼 수 없고, 항의 과정에서 공무원을 몸으로 건드린 것이 폭행이 아니라는 판결(2021도3763)도 주요 판결로 선정됐다.◆설치 및 AS 엔지니어(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 11일 선고된 정수기 설치 기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판결(2020다273939)이 가장 주요한 대법원 판결로 선정했다. 이 판결은 설치 기사들이 받는 판매수수료도 평균임금의 산정이 되는 임금이라고 판시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대위아 평택공장 엔진조립 공정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2018다243935)도 꼽혔다. 법률원은 "이 판결은 원청 정규직 공정과 연계가 없어도 원청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이 이익 창출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로 지위를 가진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산업재해 분야에서는 추락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근로자가 욕창으로 고통받던 도중 우울증이 급격하게 진행돼 자살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2021두34275)이 선정됐다. 그 밖에 안전보건 조치 의무의 해석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해석에 참고할 만하다는 삼성중공업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판결(2020도3996)이 중요 판결로 꼽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선정된 총 82건의 사건 중 법률원이 진행한 것은 59건이었다. 노동 법률 분쟁의 노동계 최전선에 있는 법률원이 중요하게 뽑은 노동 사건 중 대법원 판결을 위주로 간략하게 소개해보고자 한다.◆용역업체 교체돼도 고용승계 거부하면 부당해고
개별근로기준법 분야 중요 판례 1위에는 대법원에서 4월 29일 선고된 고용승계 판결이 뽑혔다. 종전 용역업체 소속 근로자에게 새로운 용역업체로 고용 승계 기대권이 인정되고, 새로운 용역업체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라는 내용의 판결이다.
2위 판결에도 유사한 판결이 선정됐다. 지난해 11월 11일에 선고된 대법원판결(2019다280733)로, 민간 위탁에서 직영으로 시설 운영 주체가 변경된 경우에도 고용 승계 계약에 따라 근로자의 고용을 승계할 의무가 있다는 내용이다. 그 외에 해고 대상자가 해고 사유를 알고 있다고 해도 계약 종료 통지서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았다면 부당해고라는 판결(2017다226605)과 징계 회부 사실을 공고한 것이 명예훼손이라고 본 판결(2021도6416) 등 징계 관련 판결들도 수위에 올랐다.
그 외에 성적 소문 유포가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며 이에 대해서는 사용자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결(2021다219529)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회사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불리한 조치를 한 회사와 임원의 책임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한 판결(2020도16858)도 주요 판결로 꼽혔다.
◆어용 노조 상대로 설립무효 소 제기할 수 있어집단적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실질적 요건을 결한 노동조합의 설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가능하며, 사실심 변론 종결 시까지의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꼽혔다(2017다51610). 이 판결은 노조가 자주성을 갖추지 못한 다른 노조인 이른바 '어용 노조'에 대해 설립무효 확인 청구를 제기할 소의 이익을 인정한 판결로 잘 알려져 있다.
다음으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서 사용자의 중립유지의무를 인정한 사건(2019다200386)이 선정됐다. 이 사건은 통상임금 소송을 유지하는 금속노조 지회 조합원들에게만 무쟁의 장려금을 지급하지 않은 사례를 '조합원들에 대한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 낸 판결이다. 이는 간접적 차별로 노동현장에서 새롭게 등장한 부당노동행위 유형을 대법원이 위법하다고 공식 인정한 것이 의미 있다는 게 법률원 측의 설명이다.
다음으로는 지엠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법파견 결과 발표 및 관련자 처벌을 요구하며 노동청 로비 등에 장기간 앉아있던 것을 공동주거침입죄로 볼 수 없고, 항의 과정에서 공무원을 몸으로 건드린 것이 폭행이 아니라는 판결(2021도3763)도 주요 판결로 선정됐다.◆설치 및 AS 엔지니어(기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비정규직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 11일 선고된 정수기 설치 기사에 대해 근로자성을 인정한 대법원판결(2020다273939)이 가장 주요한 대법원 판결로 선정했다. 이 판결은 설치 기사들이 받는 판매수수료도 평균임금의 산정이 되는 임금이라고 판시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현대위아 평택공장 엔진조립 공정이 근로자 파견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2018다243935)도 꼽혔다. 법률원은 "이 판결은 원청 정규직 공정과 연계가 없어도 원청 지휘명령을 받아 원청이 이익 창출을 위해 업무를 수행하는 하청 노동자들은 파견노동자로 지위를 가진다는 결론"이라고 설명했다.마지막으로 산업재해 분야에서는 추락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근로자가 욕창으로 고통받던 도중 우울증이 급격하게 진행돼 자살한 경우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2021두34275)이 선정됐다. 그 밖에 안전보건 조치 의무의 해석 방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해석에 참고할 만하다는 삼성중공업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판결(2020도3996)이 중요 판결로 꼽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