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을 현실로 찍어냈다…"관객 모두가 영화 주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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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프레거 개인전 '빅 웨스트'새빨간 스포츠카가 앞뒤의 두 차 사이에 낀 채 수직으로 서 있다. 뒤차의 열린 후드와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면 접촉 사고가 있었던 듯한데, 꽉 막힌 도로 상황을 감안하면 실제로 일어날 수 없는 사고다. 스포츠카와 뒤쪽 스쿨버스의 선명한 노란색, 여성들의 평온한 얼굴과 버스에 탄 아이들의 경악하는 표정이 강렬한 대비를 이룬다. 영화적 연출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진작가 알렉스 프레거(43)의 사진 작품 ‘스피드 리미트(Speed limit·사진)’다.
롯데뮤지엄서 6월 6일까지 열려
서울 신천동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롯데뮤지엄에서 미국의 사진가이자 영화감독, 영화 제작자인 프레거의 개인전 ‘빅 웨스트’(BIG WEST)’가 열리고 있다. 그의 초기작부터 신작까지 사진과 영상 100여 점을 내놨다.프레거는 세계 미술계와 대중문화계에서 동시에 주목받는 작가다. 정식으로 사진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는데도 2001년 카메라를 구입해 작업을 시작한 지 9년 만에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개인전을 여는 쾌거를 이뤘다. 영화도 독학으로 배워 브래드 피트, 게리 올드먼 등이 출연한 13부작 ‘터치 오브 이블’로 2012년 에미상을 받는 등 탁월한 성과를 거뒀다.
프레거의 장기는 미국적인 감성을 담은 일상적 소재를 세심하게 조합하고 비틀어 영화적인 화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의 파티 장면을 찍은 듯한 ‘수지와 친구들(Susie and Frends)’이 대표적이다. 무대 공포증과 싸우는 발레리나를 표현한 ‘위대한 출구(La Grande Sortie)’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프랑스 파리 오페라발레단의 의뢰로 바스티유극장에서 촬영한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의 긴장감과 감정선이 섬세하게 드러나 있어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전시장 마지막에서는 관중석에 앉은 수많은 이들이 박수 치는 모습을 촬영한 영상 작품 ‘박수(Applause)’를 만날 수 있다. 관람객들은 단상에 올라가 박수갈채를 받게 된다. 정혜인 롯데뮤지엄 큐레이터는 “관객 모두가 영화 속 주인공처럼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되새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6월 6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