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전화 폭력 피해상담 절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

지난해 통계 분석…전국 부설 상담소 가정폭력 57%·성폭력 31%·데이트폭력 9%
지난해 한국여성의전화가 진행한 폭력피해 초기 상담 10건 중 5건가량은 애인이나 배우자 등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성 폭력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의전화는 세계여성의 날인 8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21곳의 여성의전화 부설 상담소는 총 4만4천893건(초기상담 8천979건·재상담 3만5천914건)의 상담을 진행했으며, 이 중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은 8천214건으로 전체 초기상담의 91.5%를 차지했다.

또 한국여성의전화(본부) 여성인권상담소의 전체 상담 건수는 총 2천108건(초기상담 1천141건·재상담 96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은 1천92건으로 전체 초기상담의 95.7%에 달했다.

전국 부설 상담소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상담 건수를 유형별로 집계한 결과 가정폭력 상담이 3천907건으로 56.8%를 차지했다.

이어 성폭력 2천144건(31.1%), 데이트폭력 649건(9.4%), 스토킹 539건(7.8%)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여성의전화 본부가 진행한 초기상담의 경우 가정폭력 상담 사례 중 성폭력을 함께 경험한 사례(21.1%) 내지는 데이트폭력 상담 사례 중 성폭력이 동반된 경우(40.7%) 등 피해가 중첩된 사례가 많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피해자가 경험한 폭력은 하나의 유형에 국한되지 않고 중첩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또 전국 부설상담소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 중 여성 피해자는 총 7천989명으로 이 가운데 남성이 가해자인 사례는 총 7천750건(94.4%)에 달했다.

가정폭력·성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 등 여성 폭력 대다수는 남성이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인 셈이다. 전국 부설상담소의 폭력 피해가 있는 초기상담을 피해자·가해자 관계에 따라 분류하면, 전·현 배우자, 전·현 애인, 데이트 상대자가 51.8%(4천254건)를 차지했다.

여성 폭력의 절반 이상이 친밀한 관계의 파트너에 의해 발생한 것이다.

이어 부모, 형제, 자녀 등을 포함한 친족(15.3%), 직장 관계자(8.1%) 등의 순이었다.

모르는 사람에 의해 피해가 발생한 경우는 2.0%에 그쳤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배우자, 전 배우자, 애인, 전 애인 등 친밀한 관계 내 여성 폭력이 지속되는 이유는 성차별적 사회구조를 보지 않은 채 사건을 대등한 개인의 싸움이나 갈등으로 축소하기 때문"이라며 "차기 대통령은 친밀한 관계의 특성을 고려한 국가 통계 구축, 가해자 가중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통합적인 지원을 위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