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 3개 계열사 대표 전원교체 '초강수'

내부 거래로 불거진 위기
조직 쇄신으로 정면돌파

외부 출신 전문가 '파격 영입'
사외이사도 7명 신규 선임
"이사회 중심 경영 강화할 것"

이동채 회장 "5년내 매출 15兆
2차전지 소재 대장주 위상 회복"
국내 최대 양극재 업체인 에코프로그룹이 이동채 회장의 사퇴를 비롯한 사내이사 전원 교체 카드를 통해 쇄신 승부수를 띄웠다. 이 회장이 대표직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에코프로그룹 주요 3개 계열사(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에이치엔)의 대표이사까지 교체하는 것은 강한 변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공장 화재와 내부자거래 의혹으로 어수선해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고 2차전지 소재 대장주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조직 쇄신 위해 이사진 대대적 교체 결정”

에코프로는 8일 이사회를 열어 오는 29일 열리는 주주총회에 상정할 인사안을 통과시켰다. 이 회장이 지난달 28일 미래성장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언급했던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다. 최고경영자(CEO) 중심의 1인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게 이 회장의 청사진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2차전지 양극재 제조업체 에코프로비엠은 두 명의 대표를 모두 교체한다. 이뿐만 아니라 사내·외 이사도 전원 교체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결정했다.

변화 의지를 밝히기 위해 이 회장도 에코프로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는 결단을 내렸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조직 쇄신을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이 물러난 에코프로 대표 자리는 에코프로비엠 대표이사였던 김병훈 대표가 맡기로 했다. 업계에선 최근 불거진 내부자거래 의혹에서 이 회장 본인이 검찰 수사 선상에 오르내린 점이 용퇴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대표이사가 검찰에 기소되면 퇴진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경영에 막대한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업계에서도 이 회장이 책임지는 모습을 통해 투자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외부 인사 대표로 변화 시도

에코프로의 핵심 자회사인 에코프로비엠 대표를 처음으로 외부 전문가에게 맡기는 변화도 시도한다. 주재환 전 일진머티리얼즈 사장은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얇은 구리막인 동박을 주력 생산하는 일진머티리얼즈 대표를 지냈다. 삼성SDI 전사품질혁신팀장과 셀사업부장을 지낸 2차전지 분야 전문가다. 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인물을 전문 경영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이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기존 두 명의 대표 체제였던 만큼 29일 주총 전까지 한 명의 대표를 추가 선임할 예정이다. 사내이사로 내정된 최문호 에코프로비엠 최고기술책임자(CTO), 신규 선임된 김장우 전 SK이노베이션 재무실장, 박석회 에코프로비엠 환경안전담당 총괄 전무, 박재하 에코프로 재경실 실장 등이 후보군이다. 이 중 신규 선임된 김장우 재무실장은 회계·재무 분야뿐 아니라 배터리업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문가로 꼽힌다.

에코프로그룹은 사내이사뿐 아니라 그룹 전체의 사외이사도 대대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총 7명의 사외이사가 새로 선임됐다. 에코프로는 하종화 세무법인 두리 회장과 안태식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환경종합기업인 에코프로에이치엔은 김명선 원스파이어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화학공학 전문 경영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강기석 서울대 공과대학 2차전지 센터장과 조재정 법무법인 민 상임고문, 이화련 회계사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고윤상/남정민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