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유가 전망 100→135달러 상향"

국제 유가 폭등세가 이어지고 있다. 영국과 미국이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에 나서면서 공급 충격이 커질 가능성에 제기되고 있어서다.

미 동부 시간으로 8일 오전 10시 50분 브렌트유는 런던ICE거래소에서 전날보다 7.04% 오른 배럴당 131.88달러에 거래됐다. 또 서부텍사스원유(WTI)는 7.82% 상승한 배럴당 128.74달러를 기록 중이다.브렌트유는 전날 미국이 유럽과 러시아산 에너지에 대한 수입 금지를 논의한다는 소식에 한때 139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독일 네덜란드 등이 반대 입장을 밝힌 뒤 상승 폭을 대폭 반납했지만, 이날 영국과 미국이 줄줄이 러시아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조치를 발표한 뒤 다시 상승세에 탄력이 붙었다.
유럽은 올해 내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를 3분의 1로 줄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EU 정상들이 오는 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서 특정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채 러시아 에너지 의존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에 합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공식적으로 수입을 금지하지 않는다 해도, 실제 수입할 수 있는 길은 점점 막히고 있다. 셸은 이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 등의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주 러시아 원유를 구매했다가 각국의 공분을 산 데 따른 조치다.이런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유가 등을 계속해서 자극할 수 있다. 빠른 시간에 러시아 원유를 대체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올해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135달러로 높였다. 기존 98달러에서 대폭 상향 조정한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제재는 잠재적으로 대량의 글로벌 석유 공급 감소를 부르고 이는 글로벌 에너지 지도를 다시 그릴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밝혔습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3월 원유 수출분의 절반 이상이 판매되지 않고 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된다면 국제 원유 시장에 하루 300만 배럴 공급 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아랍의 석유 금수(1973), 이란 혁명(1978), 이란-이라크 전쟁(1980), 이라크-쿠웨이트 전쟁(1990) 이후 다섯 번째로 큰 규모의 공급 차질이다.골드만삭스는 "향후 몇 달간의 유가는 더 많은 러시아 에너지를 소화하려는 중국의 의지, 핵심적인 OPEC 회원국들의 증산, 이란 및 베네수엘라의 석유 제재에 대한 해제 가능성, 각국의 전략 비축유 방출 등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봐야 한다"며 "세계 정치가 주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 조치가 러시아 수출의 상당한 감소를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세계 석유 시장에는 완충 장치가 없어지므로 여전히 높은 유가를 통한 수요 파괴가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 셰일의 경우 자본투자가 지연되고 있으며, 새로운 유정을 시추하고 원유를 생산하는 데 몇 개월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크고 즉각적인 공급 충격에 대한 적절한 대안은 아니라고 경고했다.

골드만은 "이런 지정학적 갈등과 석유 부족이 어떻게 해결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은 전례가 없다"라며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러시아가 몇 달 안에 수출을 재개하는 것부터 러시아 수출의 3분의 2 감소, 그리고 전략 비축유와 OPEC의 공급 완화를 가정해 2022년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에서 175달러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는 여전히 심화하고 있는 군사적 갈등과 서방의 제재 강화, 러시아의 고립 증가를 감안할 때 기본 시나리오는 하루 160만 배럴 공급이 감소하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2022년 브렌트유 전망치는 기존 100달러에서 135달러로, 2023년은 기존 105달러에서 115달러로 높였다.
월가 대부분이 올해 높은 유가를 예상한다. 하지만 약간 다른 견해도 있다. BCA리서치는 "브렌트유 가격의 대규모 출렁임은 매우 빡빡한 수급 펀더멘털 속에서 매우 높은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노출된 원유 시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면서 "글로벌 원유 시장은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단기적으로 극도로 높은 변동성을 계속해서 겪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BCA리서치는 "단기 위험은 있지만 석유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잠재적 요인도 있다"라면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쿠웨이트가 OPEC+에서 합의된 생산량 이상으로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있으며, 이란과의 핵 협상 타결은 세계 석유 시장에 하루 100만 배럴의 추가 공급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또 고유가는 미국 셰일 생산량의 증가를 촉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BCA리서치는 "유가에 대한 단기적 위험은 위쪽으로 기울어져 있지만, 하반기에는 가격이 안정되면서 브렌트유 가격이 평균 배럴당 85달러 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유가 하락은 올해 말 세계 경제와 주식 시장에 약간의 안도감을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