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현장] "이번 대선 어느 때보다 중요"…전국 투표 열기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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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산간부터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까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 북적
만 18세 청소년 첫 참정권 행사…곳곳 투표소서 고성 등 소란 행위도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도서·산간부터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의 주민들까지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대통령을 뽑기 위해 속속 투표소를 찾으면서 이번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드러내고 있다.◇ 투표 시작 전부터 '북적'…사전투표 열기 그대로 본투표로
서울 관악구 대학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는 투표 개시 전 이미 40명이 넘는 유권자가 몰려 투표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5시 34분 가장 먼저 투표소에 도착했다는 대학생 이모(29) 씨는 "사전 투표를 하려다가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받느라 오늘 왔다"고 전했다.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와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 등 서울시 내 다른 투표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5시 55분 투표소 문이 열리자 선거 사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손 소독을 하도록 안내하고, 기표 시 사용할 일회용 장갑을 나눠주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었다.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의 투표소들도 이른 시간부터 유권자들로 붐볐다.부산 남구 대연3동의 투표소에서 만난 한 40대 유권자는 "새벽에는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왔는데, 생각보다 붐벼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지동 투표소에서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50대 여성은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찍 나와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섬마을·접경지·동해안 산불피해 지역서도 한 표 행사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돼 버린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 주민들은 황망한 와중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지난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로 집과 창고 등 모든 것을 잃은 신원준(75)·손복예(66) 씨 부부는 "산불 피해 지역 복구가 원만히 이뤄져 우리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후보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계속된 산불 진화 작업으로 녹초가 된 대원들도 짬을 내 투표소로 향했다.
삼척 사곡리 현장을 밤새워 지킨 한 소방대원은 "지난 4일 근무로 인해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오늘 오전 근무 교대 후 복귀하면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비상 소집된 진화 대원 중 일부는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 기간에는 산불 진화 탓에 투표 시기를 놓쳤고, 본 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천4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 섬 주민들은 어선을 타고 큰 섬으로 나와 귀중한 투표권을 행사했고, 서해5도를 포함해 1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 주민들은 덕적도, 백령도, 연평도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들 역시 파주 장단출장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마쳤다.
대성동 마을 김동구 이장은 "접경지 주민으로 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누가 당선되든 남과 북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 전쟁 걱정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첫 투표' 만 18세 청소년부터 100세 넘은 노인까지 투표소로 발길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까지로 낮아지면서 처음으로 대선 참정권을 손에 쥔 10대 청소년들은 투표를 마친 뒤 인증샷을 남기는 등 들뜬 표정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과 투표소를 찾은 권나혜(18) 양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라의 대표를 정할 때 관심을 두고 투표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학생이라 정치를 잘 몰라서 부모님 말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서 투표한 김모(19) 양은 "첫 투표라서 낯설었지만, 사회에 직접 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른다"고 했고, 박모(19) 군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성인이 됐다는 게 실감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정권 행사 '새내기'들의 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르신들의 투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됐다.
국가 유공자와 가족들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 수원 보훈복지타운 최고령자인 정순채 할머니는 아침 일찍 지팡이를 짚고 복지타운 관리동에 마련된 투표소를 방문했다.1923년생으로 올해 100세를 맞은 정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면서 대통령 선거를 빠트린 적이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 박명순(118) 할머니는 아들 부부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니 마음이 좋다"고 말했다.
◇ 투표소 용지 훼손하고 소란 피우고…신고 여전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선거 사무원을 상대로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날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항의를 하던 유권자가 투표를 찢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광주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술 취한 유권자가 "투표소가 왜 2층에 있느냐"며 고성을 질러 경찰에 체포됐고, 대구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채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이다.
한편 전국 1만4천464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은 67.5%이다.(강영훈 김선경 노승혁 손대성 손현규 이재현 임성호 임채두 천정인 한무선 기자)
/연합뉴스
만 18세 청소년 첫 참정권 행사…곳곳 투표소서 고성 등 소란 행위도
제20대 대통령 선거일인 9일 오전 6시를 기해 전국 각지의 투표소에서 일제히 투표가 시작된 가운데 이른 아침부터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려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도서·산간부터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의 주민들까지 앞으로 대한민국의 5년을 이끌 대통령을 뽑기 위해 속속 투표소를 찾으면서 이번 선거에 대한 높은 관심도를 드러내고 있다.◇ 투표 시작 전부터 '북적'…사전투표 열기 그대로 본투표로
서울 관악구 대학동 주민센터 투표소에는 투표 개시 전 이미 40명이 넘는 유권자가 몰려 투표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오전 5시 34분 가장 먼저 투표소에 도착했다는 대학생 이모(29) 씨는 "사전 투표를 하려다가 코로나19 재택 치료를 받느라 오늘 왔다"고 전했다.은평구 신사1동 주민센터와 용산구 청파동 주민센터 등 서울시 내 다른 투표소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5시 55분 투표소 문이 열리자 선거 사무원들은 시민들에게 손 소독을 하도록 안내하고, 기표 시 사용할 일회용 장갑을 나눠주는 등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모습이었다.부산과 대구, 광주, 대전 등의 투표소들도 이른 시간부터 유권자들로 붐볐다.부산 남구 대연3동의 투표소에서 만난 한 40대 유권자는 "새벽에는 사람이 없을 줄 알고 왔는데, 생각보다 붐벼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용지동 투표소에서 아침 일찍 투표를 마친 50대 여성은 "이번 대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찍 나와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섬마을·접경지·동해안 산불피해 지역서도 한 표 행사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돼 버린 동해안 산불피해 지역 주민들은 황망한 와중에도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지난 5일 강원 강릉시 옥계면 산불로 집과 창고 등 모든 것을 잃은 신원준(75)·손복예(66) 씨 부부는 "산불 피해 지역 복구가 원만히 이뤄져 우리도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줄 후보를 뽑기 위해 투표했다"고 밝혔다.계속된 산불 진화 작업으로 녹초가 된 대원들도 짬을 내 투표소로 향했다.
삼척 사곡리 현장을 밤새워 지킨 한 소방대원은 "지난 4일 근무로 인해 사전투표를 하지 못했다"며 "오늘 오전 근무 교대 후 복귀하면서 투표를 했다"고 말했다.
지난 4일부터 비상 소집된 진화 대원 중 일부는 소중한 주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투표 기간에는 산불 진화 탓에 투표 시기를 놓쳤고, 본 투표는 사전투표와 달리 주소지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천4개의 섬으로 이뤄진 전남 신안군 섬 주민들은 어선을 타고 큰 섬으로 나와 귀중한 투표권을 행사했고, 서해5도를 포함해 100여 개 섬으로 이뤄진 인천 옹진군 주민들은 덕적도, 백령도, 연평도 등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투표했다.
민간인출입통제선 안에 위치한 경기 파주시 대성동 마을 주민들 역시 파주 장단출장소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마쳤다.
대성동 마을 김동구 이장은 "접경지 주민으로 늘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누가 당선되든 남과 북이 대화로 문제를 풀어 전쟁 걱정을 덜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첫 투표' 만 18세 청소년부터 100세 넘은 노인까지 투표소로 발길
2019년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까지로 낮아지면서 처음으로 대선 참정권을 손에 쥔 10대 청소년들은 투표를 마친 뒤 인증샷을 남기는 등 들뜬 표정이 눈에 띄었다.
가족들과 투표소를 찾은 권나혜(18) 양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나라의 대표를 정할 때 관심을 두고 투표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학생이라 정치를 잘 몰라서 부모님 말씀을 참고했다"고 말했다.
광주 남구에서 투표한 김모(19) 양은 "첫 투표라서 낯설었지만, 사회에 직접 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벅차오른다"고 했고, 박모(19) 군은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성인이 됐다는 게 실감 난다"고 소감을 전했다.
참정권 행사 '새내기'들의 투표가 이어지는 가운데 어르신들의 투표 역시 순조롭게 진행됐다.
국가 유공자와 가족들이 다수 거주하는 경기 수원 보훈복지타운 최고령자인 정순채 할머니는 아침 일찍 지팡이를 짚고 복지타운 관리동에 마련된 투표소를 방문했다.1923년생으로 올해 100세를 맞은 정 할머니는 "지금까지 살면서 대통령 선거를 빠트린 적이 없다"며 "다음 대통령은 편안한 나라를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광주 최고령 유권자 박명순(118) 할머니는 아들 부부의 도움으로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를 찾아 "투표를 하니 마음이 좋다"고 말했다.
◇ 투표소 용지 훼손하고 소란 피우고…신고 여전
일부 투표소에서는 유권자들이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선거 사무원을 상대로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날 경기 하남시 신장2동 투표소에서는 "도장이 제대로 찍히지 않는다"며 항의를 하던 유권자가 투표를 찢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광주 서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술 취한 유권자가 "투표소가 왜 2층에 있느냐"며 고성을 질러 경찰에 체포됐고, 대구 남구의 한 투표소에서는 60대 남성이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투표함에 넣지 않은 채 사라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이다.
한편 전국 1만4천464개 대부분의 투표소에서 순조롭게 투표가 진행되는 가운데 오후 3시 현재 투표율은 67.5%이다.(강영훈 김선경 노승혁 손대성 손현규 이재현 임성호 임채두 천정인 한무선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