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계高 신입생 해마다 '뚝뚝'…"새 정부 '지원책'만 바라봐요"

서울 직업계고 올 신입생 충원율
5년새 15%P 급감해 80% 그쳐
학령인구 감소에 '취업쇼크' 영향

코로나로 현장실습·일자리 줄어
졸업생 취업자 수도 '반토막'
올해 서울 직업계고(특성화고·마이스터고)의 신입생 충원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보다 15%포인트 이상 떨어져 80% 붕괴를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학령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추세 속에 코로나19로 2020년 이후 직업계고가 더 크게 받은 ‘취업 충격’, 악화한 사회적 인식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서울의 직업계고 최종 신입생 충원율은 80.2%로 집계됐다. 2017년 96.7%에서 2019년 89.4%, 2021년 84.4%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다른 지역 상황도 비슷하다. 경남지역 직업계고 신입생 충원율은 2017년 90.4%에서 지난해 78.1%로 떨어졌다. 세종시 직업계고 신입생 충원율은 같은 기간 89.8%에서 60.6%로 추락했다. 대부분 지역에서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가 가장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국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수는 2019년 46만3932명, 2020년 44만7236명, 2021년 41만3882명으로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현장실습 일자리가 줄었고, 중학교를 찾아가 열던 입학설명회나 1 대 1 진학상담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이 줄어들었다.직업계고 졸업생의 취업률도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전국 직업계고 졸업생 7만8994명 가운데 취업한 학생은 28.6%(2만2583명)에 머물렀다. 이는 2017년 50.4%보다 21.8%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이에 따라 졸업 후 취업 대신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학생은 늘어나고 있다. 직업계고의 졸업자 대비 진학자 비율은 2017년 32.5%에서 2020년 42.5%, 2021년 45.0%로 매년 증가했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현장실습 사고도 직업계고 선호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2017년 11월 제주 생수공장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특성화고 학생 이민호 군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해 10월에는 전남 여수에서 홍정운 군이 현장실습 중 무리한 잠수 지시를 이행하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교육계에선 “새 정부가 직업계고 정상화와 관련해 진지하게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직업계고는 코로나19, 정부의 지원책 부족 등으로 ‘벼랑끝 위기’에 처해 있다”며 “미래 산업인력 배출을 담당하는 직업계고에 대한 적극적인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직업계고 관계자들도 차기 정부가 강력한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 마포구의 한 특성화고 학부모는 “학생들을 콜센터 등 비전문적인 일자리에 배치하는 현행 현장실습 제도로는 학생들의 취업 역량을 높일 수 없다”며 “국가에서 체계적인 실습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세영 기자 seyeong202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