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기쁨은 하루뿐…앞길은 온통 지뢰밭이다 [사설]

대선은 끝났지만, 격변하는 국제 정세와 악화일로인 대내외 경제 여건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예측 가능한 변수가 하나도 없고, 한국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들뿐이다.

15일째를 맞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장 큰 현안이다. 출구를 찾기 어려운 공급망 붕괴와 인플레이션 수렁으로 세계 경제가 빠져들고 있다. 러시아산 원유와 가스·석탄에 대한 미국의 수입금지 조치는 국제 유가를 배럴당 140달러 가까이 끌어올렸고, 머지않아 200달러대도 각오해야 한다는 관측마저 나온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값이 불과 이틀간 131% 뛰는 등 비철금속·곡물 등 원자재값 급등세가 끝이 안 보인다. 해상운임(발틱운임지수·BDI)도 한 달 새 55% 폭등했다. 1970년대 1·2차 오일쇼크와 그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 침체)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가득하다.국내에서도 경기 침체 경고등이 켜졌다. 지난 1월엔 산업생산과 소비가 동반 감소했고, 상장사 1분기 영업이익(추정치)은 한 달 새 6%(2조3000억원) 줄어드는 등 이미 영향권에 들었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로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위기 속 경제 버팀목이던 기업이 위축되면 성장 저하, 내수 침체,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빚으로 버텨온 소상공인들에게는 더욱더 치명적이다.

미·중 갈등에 더해진 미·러 대립은 신(新)냉전으로 비화하며 국제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키운다. 서방의 제재에 동참한 한국이 러시아의 ‘비우호국’ 리스트에 올라가면서 한국 기업은 통화가치가 급락한 루블화로 수출대금을 받아야 하는 ‘고래싸움 새우등’ 처지다. 국제 역학구도의 틈새를 엿보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대선 이후 본격화할 가능성도 높다.

대통령 당선인은 집값 급등, 본말전도의 소득주도성장, 탄소중립과 탈원전 동시 추진 등 문재인 정부 5년간 경제 실정(失政)을 바로 잡고 재도약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할 임무를 부여받았다. 하지만 나라 안팎 정세는 정책 운용 여지는커녕, 옴짝달싹 못할 요인들로 가득찬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겹겹이 쌓인 난제들에 신속, 스마트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국민의 실망과 질타를 면할 수 없다. 당선사례를 하며 기쁨을 나눌 시간은 하루면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