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당선] 정권교체에 민주당 텃밭 광주·전남 정치지형 요동

몰표에도 이재명 패배 책임론 대두…국힘, 교두보 확보로 보폭 확대
20대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고 정권교체가 현실화함에 따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표를 몰아준 광주·전남의 정치지형도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경우 지역 내 정치적 위상이 크게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몰표 지지에도 정권 연장에 실패한 대선 결과는 당장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와 2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기대했던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역대 대선 최고 득표율로 호남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지역 내 정치적 역할의 확장이 예상된다.

광주·전남 유권자들은 초박빙의 이번 대선에서도 90%에 가까운 몰표로 민주당에 힘을 보태며 정권 연장에 기대를 걸었다. 선거 막판까지 민주당 이재명 후보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드러내지 않았지만, 투표에서는 그동안의 여론조사를 훨씬 웃도는 득표율로 표를 모아줬다.

하지만 지역 유권자들의 이러한 염원에 민주당이 부응하지 못한 만큼 어느 때보다 강한 책임론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결과가 광주·전남이 민주당 텃밭임을 재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란 시각도 있으나, 대대적인 인적 쇄신 없이는 민주당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을 위로하기 힘들 것이란 관측이 많다.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비상대책위 체제 아래에서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지방선거에서부터 지역 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 등 인적 쇄신론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또 대선 패배의 책임 소재를 가리고 이를 나누는 일은 민주당의 지역 내 역학관계는 물론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선 과정에서 벌어지는 '공천 룰 싸움'에도 영향을 미쳐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에게도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이 적극적인 지지를 주저했던 후보를 민주당이 선택한 원초적인 책임론도 인적 쇄신론과 겹쳐 지역 정치를 책임지는 국회의원들 간에 나올 수 있다.
민주당 소속 한 정치권 인사는 "실망한 지역민들이 지방선거는 물론 2년 후 국회의원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두렵다"며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존립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민의힘은 광주와 전남에서 각각 10%를 웃도는 득표율로 교두보를 확보했다.

기대했던 30% 득표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역대 어느 대선보다 높은 득표율로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부터 적극적인 행보가 예상된다.

그동안 지역 정치권에서 실종상태나 다름없었던 국민의힘은 무너진 지역 내 정치적 기반을 대선 승리를 발판 삼아 재정비해 6월 지방선거에서부터 '호남정치'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국민의당에 몸을 담았다가 대선 전 국민의힘으로 옮겨 선거를 치른 인사들도 지역 내 정치적 목소리를 키우고 정치적 기반 확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가 초박빙으로 바뀌면서 지역민의 표심도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아쉽다"며 "코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서는 더 많은 지지를 모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에 대한 몰표와 국민의힘의 교두보 확보는 그동안 지역 내에서 제1야당 역할을 했던 정의당 위축으로 이어지고, 진보당 등 군소정당도 설 자리를 잡기가 더욱 힘들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초박빙의 대선 결과는 양당 정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이는 지방정치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지만 광주전남은 지역의 정치적 특성상 구도가 바뀌거나 큰 변화가 일지는 않을 것이다"며 "하지만 지역민의 몰표에도 정권 연장에 실패한 만큼 민주당이 진정한 쇄신책을 내놓지 못하면 다음 선거에서 텃밭에서 심판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