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악의 인플레이션'…식재료값 300% 뛰었다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러시아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맞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1주일간 러시아 내 신차 가격은 17% 이상 치솟았고, TV 수상기 가격은 15% 급등했다. 일부 의약품과 채소 가격은 5~7% 올랐다.러시아연방통계청이 전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은 2.2%에 달했다. 이는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주간 기준으로 최대 상승률이다. 러시아 경제개발부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러시아의 연간 물가 상승률은 10.4%로 집계됐다.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고립은 점점 심화하고 있다. 공급 부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대비해 러시아는 이미 해외 의약품의 재수출을 금지하고, 일부 상품과 원자재의 수출을 제한했다.


올해 들어 루블화 가치는 40% 가까이 급락했다. 가계의 물가 부담이 가중되면서 1990년대에 겪었던 경제 위기를 연상케 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블룸버그는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오는 7월께 19%로 정점을 찍고, 연말에는 1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기준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9.2%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러시아의 물가상승률이 20%까지 치솟을 것으로 관측했다. 영국 국립경제사회연구소(NIESR)는 그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01년 이후 러시아의 연간 물가상승률이 20%에 이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러시아 소매기업들은 며칠 전부터 필수품 구매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루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사재기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를 떠났다는 점도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공포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종전 연 9.5%였던 기준금리를 연 20%로 인상하는 등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물가 상승에 대한 공포를 호소하는 자영업자도 늘고 있다. 모스크바의 유명 음식점 아부고시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부 식재료 가격이 300% 올랐다고 밝혔다. 또 다른 커피숍은 환율 변동으로 매주 금요일마다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