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재건축 호재 넘치네"…10개월에 10억원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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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층 룰' 폐지·윤석열 당선까지강남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시가 한강변 재건축 단지에 대한 '35층 룰 폐지'로 운을 뗀 이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한층 더 높아져서다. 강남 일선 공인 중개 관계자는 "서울시 정책 발표와 함께 윤석열 후보의 당선으로 강남 재건축 단지들의 사업 추진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尹 공약 재건축에 '날개'
"아직 '시기상조' 지켜봐야" 지적도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7차' 전용 144㎡는 지난달 50억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2020년 12월 40억원에 거래된 이후 작년 한 해 동안 1건도 팔리지 않다가 14개월 만에 10억원이 껑충 뛴 것이다.마찬가지로 압구정동에 있는 '현대1차' 전용 196㎡는 지난 1월 80억원에 손바뀜했다. 지난해 3월 64억원에 팔린 것을 마지막으로 10개월 만에 16억원이 뛰었다. 2020년 8월 처음으로 50억원을 뚫은 이 단지는 불과 16개월 만에 30억원이 뛴 것이다.
압구정동에 있는 J공인 중개 대표는 "서울시의 한강변 재건축 아파트 층수 제한을 폐지한 데 이어 이번에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재건축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며 "문의가 꽤 많이 늘었다"고 했다.
재건축 단지들이 들썩이는 이유는 서울시가 이달 초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통해 35층 제한 규제를 삭제해서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2013년 '한강변 관리계획'과 2014년 '2030 서울플랜' 등을 통해 3종 일반주거지역 최고 층수를 35층 이하로, 한강 수변 연접부는 15층 이하로 제한해왔다.이번 규제 완화로 서울 전역에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과 2구역 재건축 조합은 최고 49층 건축안을 내놨다. 2017년 49층으로 계획했다가 시의 심의에 막혀 35층으로 방향을 튼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고층으로 재건축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층수 제한이 폐지되면 다양한 설계안이 나올 수 있다. 용적률이 그대로라는 점을 가정했을 때 한강 조망권을 살리는 설계안이 적용되면 건폐율이 낮아질 수 있다"며 "속칭 '병풍 아파트'나 '홍콩 아파트' 같은 고밀개발의 폐해를 상당 부분 피할 수 있다. 주거환경 측면에서 재건축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대선에서 윤 후보가 당선된 점도 재건축 기대감을 높였다. 윤 당선인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47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30년 이상 공동주택 정밀안전진단 면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대폭 완화 △과도한 기부채납 방지 등을 약속했다.윤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은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벽 '안전진단',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사업의 첫 관문이다. 안전진단을 통과해야 정비구역 지정, 조합 설립 등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이 관문을 돌파하지 못해 리모델링 등으로 선회한 단지들도 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개별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의 10~50% 범위에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단지는 이 제도로 인한 부담금을 우려하고 있다. 분상제 역시 재건축 단지들의 발목을 잡는다. 분상제가 적용되는 단지들은 분양가 산정 과정에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커서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실 실장은 "정책적인 허들이 굉장히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며 "(공약대로만 된다면) 재건축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다만 너무 큰 기대감을 갖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권교체로 여소야대 형국이 만들어진 만큼 여당이 정책을 추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며 "부동산 관련 규제를 풀기 위해선 국회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일단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개포동에 있는 Y공인 대표도 "공약 실현 여부가 재건축 사업 전망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며 공약이 이행될 때까지 당분간 관망세가 지속된다고 봤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