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온라인 판매' 불신 깨고 이익 13배 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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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밸류업 사례탐구온라인 중고차 거래는 “믿을 만한 게 못 된다”는 인식을 갖는 소비자가 많다. 전문가 도움 없이는 허위매물, 사고이력, 내연기관의 상태 등을 파악하기 힘든, 대표적인 정보 비대치성의 시장이기 때문이다. 구매자는 불안하고, 판매자는 장사가 됐다. 그래서 말로만 ‘온라인 거래 플랫폼’이라고 걸어놓은 업체가 수두룩했다.
한앤컴퍼니의 케이카 인수
2018년 인수후 전국판매망 확대
3일내 환불·3D 라이브뷰 도입
소비자 신뢰 얻어내며 급성장
렌터카·할부금융으로 보폭 넓혀
51억 영업익, 3년만에 711억으로
성공적 코스피 상장까지 이뤄내
이 시스템을 바꾼 것이 케이카다. 국내 온라인 중고차시장 점유율(2020 프로스트&설리번 리포트 기준 81%) 1위인 케이카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사례다.
◆‘믿고 거래하는’ 시스템 구축
한앤컴퍼니가 케이카(옛 SK엔카)를 인수한 건 2018년 4월. 당시 SK그룹에 속해 있던 케이카는 중고차 매매가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돼 팔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그룹 차원에서 성장동력으로 삼는 사업이 아니었고, 중고차는 재고자산으로 분류돼 ‘파이낸셜 스토리’를 쓰기에도 적합하지 않았다. 반면 한앤컴퍼니는 중기적합업종에 해당 사항도 없고, 가파르게 성장하는 국내 중고차 거래 시장에서 승부를 띄울 만하다고 봤다. 그렇게 딜이 성립됐다.한앤컴퍼니가 가장 먼저 주안점을 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었다. 케이카는 직매입한 차량의 엔진룸, 트렁크 등 내부 구석구석을 3차원(3D)으로 촬영해 전달하는 ‘3D 라이브 뷰’를 시작했다. 차량의 실물을 보는 것처럼 시스템을 만들고, 차량평가사가 실명을 걸고 평가한 차량 세부사항을 공개했다. 국내 업계에선 처음으로 1년 2만㎞까지 품질을 보증해주는 ‘케이카 워런티’와 당일 배송, 3일 책임 환불제 등을 도입했다. 최근엔 방송인 유재석을 모델로 기용해 ‘세상에 없던 중고차 환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한편으론 외형 확대도 꾀했다. 전국에 판매망을 넓히고 자동차를 직접 매입했다.자연스레 판매도 늘었다. 케이카의 지난해 중고차 판매량은 13만9000여 대에 달했다. 인수 첫해인 2018년(6만4000대)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 한앤컴퍼니는 특히 온라인 매매 비중이 올라간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지난해 판매량 중 절반에 가까운 45%가 온라인으로만 판매되는 등 온라인 매출이 전년보다 74% 많아졌다.
◆렌터카·금융 등으로 영역 확장
한앤컴퍼니는 인수와 동시에 연관 사업으로 보폭도 넓히는 전략을 썼다. 케이카 인수를 결정한 2018년 CJ그룹의 렌터카 자회사였던 조이렌터카 지분 100%를 약 50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동시에 할부금융으로 중고차를 살 수 있도록 케이카캐피탈도 설립했다. 국내 중고차업계에서 중고차와 할부금융을 처음 결합한 것이다.조이렌터카를 인수한 건 감가상각이 빠른 중고차의 특성에 맞춰 중고차로 렌터카 사업도 하고, 렌터카를 추후 판매도 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은 “렌터카나 리스 시장의 성장률이 중고차 등록 증가율보다 높다는 데 착안했다”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비즈니스 모델을 관련 업종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했다.외형을 키우고 동시에 영역을 확장하는 투트랙 전략은 실적으로 돌아왔다. 인수 첫해 990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조9024억원으로 92%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같은 기간 51억원에서 711억원으로 1294% 뛰었다.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1147억원으로 인수한 해인 2018년(133억원)보다 762.4% 급증했다. 김동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케이카의 온라인 판매 호조로 20% 안팎의 판매량 증가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매출을 2조2700억원, 영업이익을 930억원으로 전망했다.
한앤컴퍼니는 지난해 10월 케이카를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IPO)시켰다. 윤 회장은 “우리금융그룹, 카카오 모빌리티, 네이버 등 여러 플랫폼과 폭넓게 제휴를 맺으면서 케이카의 중고차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팬데믹 시대에 더 믿을 수 있는 비대면 중고차 거래 플랫폼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