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친기업 정부' 출범…기업들의 기대와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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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반기업 규제철폐 약속 '환영'“당선인이 후보 때 약속한 기업 친화적 정책에 대한 기대가 큽니다. 다만 공약이 현실화될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요.”
기업 친화 공약 '희망 고문' 안돼
강경민 산업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10일 오전 기업 공약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친기업 정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다. 신산업 연구개발(R&D) 및 세제 지원 확대, 중견·중소·벤처기업의 스케일업도 강조했다. 무엇보다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수차례 역설했다. 경제계도 이 같은 공약에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투자가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반면 대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한 규제개혁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끝났다는 점을 떠올리는 기업인도 적지 않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네거티브 규제(금지하는 것 이외 모두 허용)로의 전환은 역대 대통령들이 늘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기업엔 ‘희망고문’으로 끝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윤 당선인도 규제개혁을 내세우긴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의 규제를 철폐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기업에 대한 세제·인센티브 지원도 수십 년간 들어온 레퍼토리다.
윤 당선인은 기업들이 제도 보완을 요구해온 주 52시간제, 중대재해처벌법 및 최저임금제도 개선도 약속했다. 다만 ‘어떻게’는 밝히지 않았다. 모두 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압도적 여소야대 국면에선 당장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인세 인하를 당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국민의힘과 달리 윤 당선인은 법인세와 관련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경제계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업 공약이 없기 때문에 인수위원회에서 어떤 정책이 나올지 몰라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다만 재계에선 윤 당선인이 기업 경영 활동에 대한 정부 간섭을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적극적인 친기업을 표방한 이명박 정부도 결국 시장에 간섭하려는 유혹을 떨치지 못했다”며 “새 정부가 과연 얼마나 기업 경영의 자유를 더 확대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친기업 정책이라고 기업에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하고, 기업들이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된다. 이야말로 진정으로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 되는 길이 아닐까. 선거에서 경쟁했던 상대 후보의 슬로건도 과감히 활용하는 것 역시 진정한 통합의 길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