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에 세금 폭탄"…'부동산 분노'가 서울 승패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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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대선 표심 분석20대 대통령 선거의 승패는 ‘부동산 민심’이 뜨거웠던 서울에서 갈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경기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을 눌렀지만, 집값 상승 등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서울에서는 윤 당선인에게 5%포인트 가까이 밀리며 결국 최종 승리를 내줬다. 윤 당선인은 호남에서도 목표치(30%)엔 못 미쳤지만 ‘선방’한 수준인 10%대 득표를 얻어 역대 보수 정당 후보 중 최고 득표율을 기록했다.
尹당선인, 서울서 31만표 앞서
전국 득표차 24만표보다 많아
與 "부동산 민심 해결 못해 졌다"
호남서도 10%대 득표 '선방'
보수정당 역대 최고 득표율
경기도선 31곳 중 23곳, 李 승리
연령별로는 2030이 승부 갈라
이대남은 尹, 이대녀는 李 몰표
○부동산 민심이 승패 갈랐다
10일 대선 개표 결과 윤 당선인은 서울에서 325만5747표를 얻어 294만4981표를 얻은 이 후보를 31만766표 차이로 앞섰다. 대선 승패를 가른 두 후보의 전체 표 차이(24만7077표)와 비슷한 숫자다. 이날 오전 2시 개표율이 80%를 넘긴 상황에서 이 후보가 윤 당선인에게 25만 표가량 밀리자 개표 현황을 지켜보던 한 민주당 의원은 “결국 딱 서울 표 차이만큼 진 것”이라며 “부동산이 참”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우상호 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은 “내가 서울을 오판했네”라고 탄식했다.서울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지역이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서초·강남·송파 등 ‘강남 3구’에선 윤 당선인이 이 후보를 압도했다. 집값 상승폭이 컸던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 라인에서도 윤 당선인이 승리했다. 강동과 동작, 아파트 밀집 지역인 양천에서도 윤 당선인이 우세했다. 재개발이 가로막혀 불만 여론이 컸던 지역으로,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반발 여론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은 앞선 두 차례 대선에서 민주당이 석권했던 지역이다. 19대 대선에서 민주당이 25개 자치구를 싹쓸이했고, 18대 대선에서도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 자치구에서 민주당의 득표율이 높았다. 하지만 이번엔 25개 자치구 중 14곳에서 표심이 뒤바뀌었다. 김영배 민주당 최고위원은 “패배의 주된 원인은 결국 부동산 민심을 해결하지 못한 것”이라며 “서울에서 지고 대선을 이기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다만 윤 당선인은 또 다른 접전지 경기도에서는 고전했다. 경기 도내 시·군 31곳 가운데 이 후보가 23곳에서 승리했다. 윤 당선인은 북한과 인접하고 고령 인구가 많은 포천·연천·양평·가평·여주·이천과 도농복합도시 용인, 아파트 밀집지역 과천 등 8개 시·군에서만 이 후보를 앞섰다.
○尹, 호남서 역대 최다 득표
호남은 민주당, 영남은 국민의힘 ‘텃밭’이라는 지역 구도의 기본 틀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윤 당선인은 대구·경북(TK)에서, 이 후보는 호남에서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부산·울산·경남(PK)에서 30%대 후반~40%대 초반을 득표했고, 윤 당선인 역시 호남에서 10%대 득표율을 기록하며 ‘희망의 싹’은 피웠다는 평가다.광주 득표율은 이 후보 85.29%, 윤 당선인 12.32%로 이 후보가 크게 우세했지만 보수 정당의 ‘열세 지역’임을 고려할 때 윤 당선인의 성적도 ‘이만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측이 당초 호남 지지율 목표치로 내건 30%에는 못 미쳤지만, 역대 보수 정당 후보의 호남 최고 득표율인 2012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10.3%를 넘어섰다. 송기석 국민의힘 광주선대위원장은 “보수 정당의 불모지 호남에서 드디어 변화가 시작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앞으로 민주당이 지역민의 상실감을 어떻게 감싸 안으며 지역 발전을 구체화하느냐가 호남 표심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대남’은 尹, ‘이대녀’는 李
연령별로는 2030세대 표심이 최대 승부처였다.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지난 9일 진행한 출구조사에서 2030세대는 이 후보와 윤 당선인을 거의 반반씩 지지했다. 이 후보의 20대(18~29세) 득표율은 47.8%, 윤 당선인은 45.5%였다. 30대에선 이 후보 46.3%, 윤 당선인 48.1%였다. 윤 당선인은 전통적 지지층인 60대 이상 고령층의 압도적 지지와 2030세대의 ‘절반의 지지’로 당선을 거머쥐었다.다만 2030세대 남성의 민주당 심판 정서는 지난해 보궐선거 때보다는 다소 누그러졌다.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의 58.7%는 윤 당선인을, 36.3%는 이 후보를 지지했다. 작년 보궐선거 출구조사에서는 20대 남성에 대한 오세훈 전 국민의힘 후보 득표율이 72.5%나 됐다. 마지막까지 부동층이었던 20대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표를 몰아줬다. 20대 여성의 58.0%가 이 후보를, 33.8%가 윤 당선인을 지지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