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의 글로벌 북 트렌드] 뉴스에 감정이 요동칠 땐…TV를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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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나는 기자입니다. 나는 뉴스를 좋아하고, 신문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뉴스 속으로 빠져들어 그곳에서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즐깁니다…. 하지만 나는 수년 전부터 뉴스를 접하는 것을 크게 줄였습니다. TV 뉴스도 보지 않고, 토크쇼도 보지 않고, 심지어 스마트폰에는 뉴스와 관련한 어떤 앱도 설치돼 있지 않습니다. 라디오를 틀고 운전하다가도 뉴스가 나오면 바로 채널을 돌립니다. 기자로서의 일을 위해 뉴스를 접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뉴스가 우리의 생각과 인식, 그리고 삶 전반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깨닫고 난 후부터 나는 뉴스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갑니다.”
24시간 뉴스시대 속 피로감 극에 달해
뉴스와 자발적 거리두기가 답 될 수도
독일 시사 주간지 ‘디 차이트’ 정치부 기자를 거쳐 빈곤과 폭력으로 가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2년간 특파원 생활을 한 론야 폰 부름프 자이벨은 부정적인 뉴스 폭탄이 지배하는 세상에 신물이 났다. 저널리즘의 속성에 대해 회의감을 느낀 저자는 부정적인 뉴스의 폐단을 경고하고 뉴스 폭탄으로 가득한 세상으로부터 대중을 탈출시키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고, 지난 2월 말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Wie wir die Welt sehen)》라는 책을 펴냈다.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이 책은 부정적인 뉴스의 구렁텅이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을 위한 ‘구명보트’다. 저자는 부정적이고 자극적이고 악의적인 뉴스 폭탄으로 인해 우리 머릿속의 세계가 실제 바깥 세계보다 더 위험해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뉴스와의 자발적 거리두기와 뉴스 다이어트를 통해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우리는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본다. 하지만 뉴스가 보여주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저널리즘 특성상 뉴스는 점점 더 도발적이고 선정적으로 치우칠 수밖에 없고, 뉴스가 돈이 되면서 온갖 자극적인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있다. 모두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 기기와 푸시 서비스는 우리를 ‘24시간 뉴스 체제’에 익숙해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뉴스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피로감을 넘어 분노감과 허탈감을 조장하는 뉴스의 심각한 문제점을 고발한다.
뉴스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스는 우선 생각을 조종한다. 누구에게 투표할지, 무엇에 돈을 지출할지, 어떻게 자녀를 키울 것인지 등의 선택과 결정을 좌우한다. 그리고 뉴스는 기분과 감정을 자극한다. 뉴스를 읽으면 화가 나고, 우울해지고, 무기력해진다. 매일 반복적으로 강요되는 위기 조장의 메시지는 기분과 감정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견해를 왜곡시킨다. 부정적인 뉴스의 나선 효과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은 뉴스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면서 부정적인 생각의 고리를 끊고 긍정적인 삶의 태도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가르침을 선사한다.전쟁, 파괴, 양극화, 그리고 온갖 위기 상황들. 우리는 왜 매번 이런 주제의 뉴스만 들어야 할까? 세상은 정말 뉴스에서 보이는 모습 그대로일까? 왠지 삶이 불안정하고 위태롭다고 느껴진다면, 뉴스가 조장한 위기 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