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지난 이념정책 폐기하겠다"…文 부동산·탈원전 정책 '아웃'

경제 정책 대전환 예고

文정부 '색깔'부터 뺀다
민간주도 경제로 중산층 두텁게
세금 투입하는 일자리도 '수정'

성장과 복지 관점도 '우클릭'
4차 산업혁명 과학기술 강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해단식에서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당선 후 첫 기자회견에서 차기 정부 국정운영 방향의 상당 부분을 ‘경제’에 할애했다. 9개월 전 대권 도전 당시 “법치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던 데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 방향성을 예고했다. 문재인 정부가 고수해온 국가 주도 정책에서 벗어나 민간 자율과 창의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게 윤 당선인 경제 구상의 핵심이다. 선거 때보다 일자리 창출을 통한 서민 복지, 중산층 확대 등 성장정책을 한층 더 강조하기도 했다.

○고질적인 양극화 극복해야

윤 당선인은 이날 한국이 직면한 위기를 △4차 산업혁명 대응 △코로나19 팬데믹 △고질적인 저성장·양극화 등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이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탈이념 경제정책을 운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자유주의를 위협하는 세력과 철 지난 이념을 멀리할 것”이라며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했다. 이념에 치우친 대표적 경제정책이 부동산 정책이다. 서울 ‘강남 3구’ 집값을 잡으려다 주택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번졌다. 윤 당선인은 선거 기간에도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집을 가지면 보수 성향이 돼 자기들을 안 찍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집권을 위해 국민에게 고통을 준 정권”이라고 맹공격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 주요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론도 윤 당선인이 단골로 비판한 정책이다. 그는 “성장은 소득이 올라야 하는 것인데 (소득주도성장론은) 수레가 말을 끈다는 엉터리 좌파 논리”라고 했다. 윤 당선인은 기업 주도 성장을 위해 규제 혁신을 위한 개혁 전담 기구도 설치할 계획이다.

○규제 풀어 기업 역동성 키운다

윤 당선인은 기자회견에서 한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경제 체질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자율과 창의를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역동적 나라”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 중심 경제로의 전환” 등 국정 운영의 원칙을 강조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된다고 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과 가장 차별화할 수 있는 점 한 가지를 든다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고 “시장 원리를 존중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경제는 민간 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윤 당선인의 소신은 선거를 거치면서 더 확고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차기 경제사령탑의 인사 기준’을 묻는 말에 “4차 산업혁명을 확실하게 밀고 나갈 사람에게 맡길 것”이라며 “기업 경험이 있고 관료 생활도 해서 세상 변화를 잘 아는 사람을 찾겠다”고 했다. 시장경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을 중용하겠다는 의미다.성장과 복지에 대한 관점도 미묘하게 바뀌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우리에게 필요한 따뜻한 복지도 성장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며 “성장의 결실로 어려운 이웃과 사회적 약자를 더욱 따뜻하게 보듬겠다”고 했다. 그동안 강조해온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연장선상에 있는 발언이지만, 강조점이 성장 쪽으로 한 클릭 이동했다.

○과학기술 선도 국가·포스트 코로나

과학기술을 집중 지원하겠다는 선거 구호는 선거운동 막판 윤 당선인의 유세에 자주 등장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회견에서도 “첨단 기술 혁신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과학기술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초저성장 위기에 처한 한국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겠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과학기술 입국을 통해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루겠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과학기술강국론에도 공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이 최우선적으로 강조하는 코로나19 대응에도 이런 첨단 기술이 활용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정치와 과학의 분리 역시 강조하고 있다. 섣부른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산업이 사실상 붕괴했다는 게 윤 당선인의 판단이다. 그는 지난달엔 “현 정부는 정치를 과학기술의 영역까지 끌어들였다”며 “정치적 판단으로 졸속 추진한 탈원전 정책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