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ullius in verba

한경 CMO Insight 「한국의 마케터」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
경한수 디디비코리아 상무
경한수 디디비코리아 상무
“포스트 팬데믹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경한수 디디비코리아 상무는 “팬데믹 상황에서 지난 2년간 사람들의 생각이나 라이프스타일에 큰 변화가 있었다”며 “변화된 소비자의 마음이나 행동양식을 어떻게 잘 읽어내고 대응할 수 있느냐가 클라이언트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경 상무는 “그래서 주요 광고 에이전시들도 트렌드와 소비자를 읽고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이터팀을 신설하거나 강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고 전했다.

26년 경력의 경 상무는 광고 에이전시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이커머스 마케팅, 포털사이트 서비스 플래닝팀, 신규 사업팀 등을 거쳐 다시 광고 에이전시에 몸담고 있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하고 관심이 많았던 광고 에이전시에서 사회 경력을 시작했지만 마케팅 관련 학문적 지식의 필요성을 느껴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현재 디디비코리아에서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전략 수립, 광고캠페인 기획 및 제작 업무 등을 총괄하는 클라이언트 서비스 디렉터(상무)를 맡고 있다.

Q: 회사를 소개하면

A: 디디비코리아는 90개국 200개 오피스에서 1만5000명이 일하고 있는 글로벌 마케팅커뮤니케이션 에이전시의 한국 오피스다. 브랜딩,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미디어플래닝, 소셜마케팅 등 TTL(ATL+BTL)영역에서 LG전자, 헨켈, 크린랲, 퍼실, 존슨앤존슨, 넷마블, 넥슨, 유진투자증권, AXA보험, 라이나생명 등의 클라이언트와 함께 하고 있다.디디비그룹 코리아는 마케팅 전략과 브랜딩 전략 수립 전문의 디디비코리아, 미디어 플래닝과 바잉의 옵티멈미디어, 디지털마케팅을 제공하는 트라이벌 등 각 분야별로 전문화된 조직으로 클라이언트의 니즈에 맞춘 통합적인 마케팅 전략 수행을 돕는다.

Q: 광고대행기간이 길다는데

A: 국내 광고대행사의 경우 평균 광고대행기간이 약 1.5년인데 비해 디디비코리아는 평균 3.8년이다. 파트너십을 오래 유지하는 장기 클라이언트가 많다. 8~10년 이상의 클라이언트도 많다.클라이언트의 성공에 헌신하는 태도가 그 이유라고 생각한다. 디디비코리아가 갖고 있는 업에 대한 철학인 ‘Result, Driven through business creativity’(비즈니스, 결론은 창의력!)도 중요한 배경이다.

흔히 숫자로 대변되는 비즈니스와 크리에이티브는 서로 상관성이 떨어지거나 때로는 상충된다고들 알고 있지만 디디비는 오히려 크리에이티브한 사고와 결과물이 비즈니스의 성과를 가져 온다고 믿고 있다. 그런 믿음 덕분에 클라이언트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할 수 있었다.

Q: 가장 주목하는 이슈는

A: 이세돌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을 흥미진진하게 본 기억이 있다. 이세돌이 선전했지만 결국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고 과학문명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눈 앞의 현실로 느껴졌다.

얼마 전 일본 껌 브랜드 클로렛츠(Clorets)는 인간 CD(Creative Director)와 인공지능 CD가 만든 각각의 광고를 온라인에 공개해 선호하는 광고가 어느 쪽인지 투표를 진행했다. 창의성이 핵심인 크리에이티브 영역도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인간 CD가 만든 광고가 54%로, 인공지능 CD의 광고(46%) 보다 조금 더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지만, 결국 데이터의 축적과 분석, 활용이 인간 고유의 능력과 잘 조화를 이뤄야한다는 교훈을 일깨워 준 사례였다.

이런 배경에서, 데이터 드리븐 마케팅(또는 데이터 드리븐 크리에이티브)이 최근 디디비코리아의 가장 큰 관심사다. 데이터는 예전부터 존재해왔고 이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 전략의 수립, 실행, 평가는 마케팅 업계에선 변함없는 주요 이슈였다.

하지만 최근처럼 다양하고 거대한 양의 데이터가 수집되고, 정교하게 분석돼 활용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데이터를 적극 활용해 클라이언트에게 필요한 전략과 크리에이티브에 반영하는 마이크로 타겟팅, 애드-테크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Q: 기억에 남는 사례는

A: 클라이언트의 마케팅 파트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젝트의 특성상 ‘협업’의 시너지나 성공을 함께 나누는 보람이 큰 경우가 많다.

최근 진행했던 LG전자 ThinQ 글로벌 캠페인, LG전자 AI(인공지능) DD모터 유럽 스토리텔링 캠페인, LG전자 에어컨 지속가능성 캠페인 등이 장기간에 걸쳐 클라이언트와 디디비 글로벌 네트워크의 담당자 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성공했던 프로젝트다.

모 이커머스 기업과는 창립 때부터 함께 했는데 당시는 우리나라에 거의 처음으로 이커머스가 도입된 초창기였다. 웹사이트를 만들고 첫 주문이 들어왔을 때 10여명의 직원들이 모니터를 보면서 환호했던 시절이 있었다.

시장의 프론티어로서 역사를 써내려가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짜릿함을 느꼈고 그 후에도 당시의 짜릿함은 모든 프로젝트에 임할 때 스스로 되짚어 보고 목표로 삼는 귀중한 경험이 되었다.

Q: 자신의 강점은

A: 인간에 대한 탐구와 고민에서 출발해서 답을 찾는 과정이라는 큰 틀의 공통점은 있겠지만, 학부 전공이 언어학인 인문학도로서 광고마케팅 분야에 종사하다 보니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경영학이나 마케팅에 대한 이론적 바탕이 필요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대리 시절 바쁜 와중에 시간을 아껴가며 경영대학원을 다녔고, 마케팅을 전공했다. 그 이후로 늘 경영학, 마케팅 관련 서적과 아티클들을 꾸준히 탐독했고, 유행 아이템, 전시, 유행가, 핫플들도 자주 찾아다니며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면서 인간에 대한, 즉 소비자에 대한 관찰도 게을리하지 않은 덕분에 소비자의 인사이트를 잘 읽어내고 그에 따른 마케팅 전략의 수립,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프리젠테이션 능력 등을 갖출 수 있었다.

■ Interviewer 한 마디

‘첫째 인문학적 소양을 키우는 것, 둘째 관찰을 생활화하는 것, 셋째 트렌드에 민감하되 휩쓸리지는 말 것’

경한수 상무가 마케팅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세 가지로 꼽은 것이다.

경 상무는 “마케팅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오래 종사하다 보니, 지금 알고 깨달은 것들을 전에도 알고 깨달았었으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을텐데라는 아쉬움을 느낀다”며 “선배들은 왜 이런 조언을 안 해줬지라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Nullius in verba’라는 말을 가장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직역하면, “다른 사람의 말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말라”는 의미란다. 다시 말해 스스로 경험을 통해 무엇이 정답인지 찾으라는 말이라고.

경 상무는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의 ‘블랙스완과 함께 사는 법’이라는 책의 내용처럼 스스로 경험을 통하지 않은 조언과 격언 등은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될 수도 있다”며 “ 주어진 상황에 맞는 수정과 실험을 통한 적용이 중요하지, 곧 바로 정답으로 삼는 것은 좋지 못한 태도” 라고 강조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이어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며 “성공 사례가 있다고 해서 그게 마법 지팡이처럼 모든 문제와 상황을 해결하는 비책으로 쓰일 수는 없으니 스스로 경험하고 부딛히면서 무엇이 정답인지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Nullius in verba’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장경영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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