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코노미] 기술 발전할수록 CEO 연봉이 오르는 이유는

(44) 슈퍼스타 경제

기술의 발전은 슈퍼스타 경제현상을 가속화. 승자에게 경쟁유인 제공하며 패자에 대한 사회적 배려도 필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많은 미군이 영국에 주둔했다. 모든 것이 부족하던 시기 미군들은 담배와 스타킹, 초콜릿 등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그들의 봉급은 영국 군인보다 세 배나 높았다. 이는 영국 여성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당시 영국의 데이트 시장은 순식간에 판도가 바뀌었다. 짧은 기간 동안 약 300만 명의 젊은 영국 남성이 그들보다 세 배나 수입이 많은 미국 남성으로 대체된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늘날 엄청난 연봉을 받는 최고경영자(CEO)와 이를 채용하는 기업의 관계도 이와 유사하다. 고용시장에 나온 경영인들은 분명 가장 큰 기업에서 근무하는 걸 선호한다. 높은 기업 인지도는 향후 경력에도 도움이 되지만, 높은 연봉과 상여금, 스톡옵션 등을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그중 상위권에 놓인 기업 중 하나다. 애플 역시 가능한 한 최고의 경영인을 CEO로 모셔오고 싶을 것이다. 문제는 채용해야 하는 CEO 자리는 하나라는 점이다. 기업들이 탁월한 CEO 채용을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CEO 연봉은 계속 높아진다. 이는 엄청난 급여의 양극화를 초래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장원리의 결과이며 비효율적이라 평가할 수 없다.

기술발전과 승자독식

급여의 양극화가 시장집중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효율적인 자원배분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 경우 그 비용은 상품가격에 반영돼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높은 가격은 지배적 기업의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입장에서 능력 있는 CEO의 매력은 더 크게 느껴지게 된다. CEO의 연봉이 노동자의 몇백 배에 달하게 되고, 임금쏠림으로 인해 더 낮아진 임금을 받는 근로자들은 소비자로서도 더 높은 상품 가격에 직면한다면 이는 비효율적인 자원배분이라 평가할 수 있다. 물론 시장집중이 슈퍼스타 현상의 원인은 아니다.

1981년 경제학자 셔윈 로젠은 그의 논문 ‘슈터스타 경제학’을 통해 소수의 사람이 어떻게 경쟁시장에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지 설명했다. 핵심은 대체가능성이었다. 유능한 연주자는 채용인원을 늘린다고 구할 수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할 여력이 있는 가장 규모가 큰 오케스트라가 능력 있는 연주자를 스카우트할 수 있다. 이때 기술의 발전은 시장집중화의 초석을 제공한다. 로젠은 기술 발전이 시장 규모를 왜곡하는 데 일조했다고 주장한다.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전에는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콘서트홀에 가는 것이었다. 오케스트라 역시 더 많은 수입을 얻기 위해서는 순회공연을 늘리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한 번의 연주를 수백만 명에게 들려줄 수 있게 됐고, 더 큰 수익 창출로 이어졌다. 동시에 이는 유능한 연주자 영입에 더 많은 연봉을 제시해야 함을 의미했다. 유능한 연주자를 영입한 오케스트라는 경쟁자에 비해 빠르게 성장 가능하고, 기술 발전은 그 격차를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벌려놓았다. 오늘날 알파고로 유명한 인공지능 연구소 ‘딥마인드’ 직원 400명의 평균 연봉이 34만5000달러인 것도 같은 이유다.

패자에 대한 배려

문제는 슈퍼스타 현상이 모든 것을 독식하는 승자와 아무것도 없는 패자 사이의 차이를 너무 극명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로젠이 보여줬듯 오늘날 양극화는 현대적 기술과 경제활동의 영향력이 결합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이 최고만을 찾으며 극단적으로 편향돼 있을 때는 작은 차이가 막대한 보수로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슈퍼스타 현상 탓에 마크 저커버그가 다른 똑똑한 대학생보다 조금 더 낫다는 주장을 정당화하기 어렵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기술격차가 벌어지면서 결과를 합리화하려는 모습도 강해졌다. 성공은 자신이 노력한 결과지만, 실패는 다른 탓으로 돌리는 모습이 그것이다. 작은 차이가 슈퍼스타와 아닌 자로 나뉘었다면 이는 어느 정도 운의 결과이기도 하다. 승자가 모두 가지는 조건이라면 개별주체는 경쟁에 참여해 열심히 싸워볼 유인이 충분하다. 하지만 제도설계를 담당하는 주체들의 시각은 좀 더 넓어야 한다. 양극화된 소득이 슈퍼스타 효과에 운적인 요소까지 가미돼 증폭된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패자의 가치와 공헌을 인정하고 그들의 불운까지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