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브이·엄지 척 하려다 후다닥…'정치색' 주의보 [연계소문]

[김수영의 연계소문]
연(예)계 소문과 이슈 집중 분석

제20대 대선 이후 연예계 강타한 '정치색 논란'
선거날 SNS 게시물 토대로 성향 추측 쏟아져
'올블랙' 패션으로 논란 사전 차단하기도
"민감한 사안, 불필요한 오해 막으려 노력"
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 /사진=뉴스1
치열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때아닌 정치색 논란이 연예계를 강타했다.

이번 대선 기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수많은 투표 인증 사진이 올라왔다. 연예인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인증샷을 남겼다. 특정 후보를 지지했던 이들은 투표소 밖에서 과감하게 손가락으로 '엄지척', '브이' 등의 포즈를 취했다. 배우 김의성, '사격 황제' 진종오 등이 대표적이다.정치적 성향을 드러내지 않은 스타들을 향한 과도한 추측과 검열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슈퍼주니어 김희철은 사전투표 첫날 빨간색 슬리퍼를 신고 투표소에 등장했다. 투표를 마친 후 그는 밖에 있던 팬들에게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렸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를 연상시키는 '빨간색' '기호 2번' 정치적 메시지로 간주될 수 있다는 평이 나왔다.

그룹 EXID 출신 하니는 SNS에 기표 도장이 찍힌 손등 사진을 인증샷으로 올리며 "참 어렵던 이번"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이번'이라는 단어가 특정 후보를 연상케 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비판이 쏟아지자 "참 어렵던 이번 투표"라고 문장을 수정했으나 거센 논란에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다.
루이비통 패션쇼 런웨이 오프닝에 서게 된 모델 겸 배우 정호연이 SNS에 숫자 '1'이 담긴 사진을 게재했다가 정치색 논란이 일자 삭제했다. /사진=연합뉴스, SNS 캡처
투표일에 올린 게시물이라는 이유만으로 과도한 '핀셋 검열'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에 출연해 글로벌 아이콘으로 등극한 정호연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루이비통 패션쇼에서 오프닝을 장식, 첫 번째 순서로 런웨이에 올랐다. 이에 그는 프랑스 파리를 장소 태그로 걸며 '1'이라는 숫자가 적힌 종이 사진을 올렸는데 이를 두고 일부 네티즌은 특정 후보에 대한 투표 독려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정호연이 입고 있던 청바지(파란색)를 이와 엮기도 했다.

그룹 몬스타엑스 멤버 민혁은 본선거날 빨간색 하트 이모티콘을 썼다가 정치색을 표출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그는 팬카페를 통해 "쓸데없는 데 의미 부여하지 말라. 시간 낭비다. 아이돌 정치 얘기 안 한다고 몇 번 (얘기)했는데 나랑 묶지 말라"며 직접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룹 에이티즈는 투표를 마치고 나와 취재진의 사진 촬영에 응하다가 습관적으로 손가락 포즈를 취하려는 서로를 제지하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엄지를 들어 올리려다 논란이 될 것을 의식한 듯 이내 손가락을 접는가 하면, 브이를 하는 멤버의 손을 다른 이가 황급히 끌어내리기도 했다.
배우 현봉식, 가수 김준수, 래퍼 데프콘, 수퍼비 /사진=각 SNS 캡처
대중의 사랑을 받는 연예인들은 정치적 사안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치적 성향을 밝힌 스타로서의 이미지가 캐스팅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여론에 따라 출연 작품 흥행 여부까지도 갈릴 수 있어서다.

이에 정치색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배우 현봉식, 가수 김준수는 '올블랙' 패션으로 투표소를 찾았고, 기안84는 인증 사진을 아예 흑백으로 처리해 올렸다. 래퍼 데프콘은 파란색, 흰색, 노란색, 빨간색이 섞인 옷을 입어 화제가 됐다. 래퍼 수퍼비도 상의를 빨간색, 하의를 파란색으로 차려 입고 투표에 나섰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하지 않냐. 대부분 불필요한 논란을 최대한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라며 "향후 활동에도 지장이 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 최대한 조심하는 편"이라고 귀띔했다.또 다른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 역시 "투표를 처음 하는 멤버들도 있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더 신경을 썼다. 인증샷을 찍을 때도 오해의 소지가 있는 행동은 아예 하지 않도록 이야기했다. 아이돌의 경우는 본인의 행동이 팀에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까 걱정해 먼저 이것저것 회사에 물어보기도 한다"고 전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