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품는 카카오, '네·하' 동맹과 격돌 [마켓인사이트]

카카오, SM엔터 전격 인수

"NFT 등 IP 활용분야 무궁무진"
네이버·하이브 팬플랫폼 '위버스'
대항마로 SM '버블' 행보 관심
이수만 SM엔터 총괄프로듀서(왼쪽)·김성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
▶마켓인사이트 3월 11일 오전 11시14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기로 한 것은 정보기술(IT)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간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디지털로 전환된 엔터 산업에선 양질의 지식재산권(IP) 보유 여부가 시장 장악력을 판가름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향후 대체불가능토큰(NFT), 웹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엔터테인먼트 IP를 기반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가 무궁무진해지고 있어 카카오도 국내 1세대 기획사인 SM엔터를 품은 것이란 설명이다.

카카오의 적극적인 ‘러브콜’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기 위해 쓰는 전체 자금은 1조원 안팎이다. SM엔터의 기업가치는 약 4조원으로 평가된다. SM엔터 인수 주체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최근 몇 년간 가수 아이유 소속사 이담엔터테인먼트와 유희열 씨가 대표인 안테나 등을 사들이며 몸집을 키웠다. 하지만 경쟁사인 네이버에 비해 음악, 아티스트 부문 콘텐츠 역량은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았다. 카카오엔터가 에스파, 엑소, 소녀시대 등 다수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SM엔터를 품는다면 단숨에 업계 판도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적극적인 쪽은 카카오엔터였다. 양측은 지난해 처음 머리를 맞댔지만, 가격이 맞지 않아 결렬됐다. 이후 SM엔터는 CJ그룹과 협상을 시도했다. CJ와 SM엔터가 협상할 때도 카카오는 물밑에서 인수 의사를 계속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SM엔터가 다시 카카오에 손을 내밀면서 양측 간 협상에 속도가 붙었다.

이번 거래엔 김성수 카카오엔터 각자대표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카카오 핵심 인물로 떠오른 김 대표는 지난 1월 카카오 그룹사들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에 임명됐다. 카카오의 사내이사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SM엔터가 재무적 투자자(FI)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도 협상을 서둘러 마무리하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SM엔터는 2019년 KB자산운용에 이어 최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이 이수만 총괄프로듀서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 ‘플랫폼’과 SM ‘IP’의 결합

카카오엔터가 SM엔터와 손잡고 먼저 뛰어들 사업 분야는 팬커뮤니티 플랫폼이다. 팬커뮤니티 플랫폼은 네이버, 하이브, 구글 등이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사업 부문이다. 팬커뮤니티 플랫폼은 온라인 콘서트, 1인 방송 등 아티스트와 팬들이 소통하는 온라인 공간으로, 코로나19 탓에 비대면 산업이 커지면서 급격히 떠오른 분야다. 카카오엔터엔 팬커뮤니티 플랫폼이 없다.

SM엔터 자회사 디어유는 팬커뮤니티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고 있다. 또 SM엔터는 엑소, 레드벨벳, 에스파, NCT 등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플랫폼 운영 노하우가 부족한 SM엔터도 버블을 키우기 위해서는 카카오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M엔터의 콘텐츠는 카카오엔터의 다른 사업에도 활발히 사용될 수 있다. 카카오엔터는 웹툰, 웹소설,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이야기 IP 비즈니스’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 중이다. 카카오웹툰을 동남아시아에 출시했고 글로벌 웹콘텐츠 플랫폼 래디쉬, 타파스를 지난해 인수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IP를 확보하고 이를 영화와 드라마로 전환해 더 큰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SM 소속 다양한 아티스트와 배우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최근 연예기획사들이 집중하고 있는 NFT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합작 법인을 설립해 하이브 IP를 NFT로 제작하는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JYP엔터테인먼트도 두나무와 NFT 공동 사업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민기/김채연/차준호 기자 why29@hankyung.com

핫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