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용인술' 핵심은 능력…한번 믿으면 끝까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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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인사 '3대 키워드'…전문가·신뢰·소신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 재직 시절 인사 스타일이 관가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윤 당선인이 정치 입문 경험이 짧은 만큼 그가 27년간 몸담았던 검찰에서의 인사 원칙이 차기 정부 구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정농단 수사로 눈도장 찍은
'尹의 남자' 한동훈 중용 0순위
내 사람이다 판단 땐 확실히 챙겨
특유의 보스 기질로 '사단' 구축
한번 결정되면 눈치 안보고 추진
검찰 내부에선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전문가 발탁, 신뢰, 소신’ 세 가지로 요약된다고 평가한다. 윤 당선인은 검찰 재직 당시 실력 있는 후배 검사들을 발탁해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꾸렸다. 한 번 ‘자기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기면 끝까지 신뢰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환경 변화에 따라 좌고우면하기보다는 본인의 소신대로 밀어붙이는 성격으로도 유명하다.하지만 이 같은 그의 성향은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을 중심으로 측근 인사를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배경이 된다. 윤 당선인이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탕평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 전문가 발탁
윤 당선인은 유능한 후배 검사들을 눈여겨보다 발탁해 ‘자기 사람’으로 만든 사례가 많았다. 한 현직 검사는 “함께 일해본 뒤 잘한다 싶으면 계속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라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했던 각종 특수수사에서 손발을 맞춘 후배 검사들은 소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됐다”고 설명했다.윤 사단의 대표 선수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사법연수원 27기)이 꼽힌다. 사람들과 술자리를 즐기는 윤 당선인과 달리 한 부원장은 회식 참석도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의 정교한 수사 기법은 일찌감치 윤 당선인의 눈도장을 받았다. 한 부원장은 2016년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 수사팀에 파견돼 윤 당선인과 호흡을 맞췄다. 이듬해인 2017년 윤 당선인은 서울중앙지검장에 취임한 직후 한 부원장을 특수사건을 지휘하는 3차장에 발탁했다. 한 부원장은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국정원 특별활동비 횡령 등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다. 2019년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이 된 뒤에는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맡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등을 수사했다.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낼 때 2차장검사였던 박찬호 광주지검장(26기)도 윤 사단으로 분류된다.
(2) 신뢰
윤 당선인은 한 번 자기 사람임을 확인하면 믿고 밀어주는 이른바 ‘형님 리더십’을 보여왔다는 평가다. 이 같은 스타일은 검찰 시절 윤 사단으로 불린 ‘특수통’ 검사들이 윤 당선인의 승진과 함께 영전을 거듭한 데서 잘 드러난다. 한동훈·박찬호 검사장과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25기), 이두봉 인천지검장(25기), 신자용·신응석·신봉수 서울고검 검사(28기), 양석조 대전고검 인권보호관(29기), 송경호 수원고검 검사(29기) 등이 대표적이다.윤 당선인은 선이 굵은 수사 방식과 달리 인간관계에선 세심한 부분까지 챙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몇 년 전 윤 당선인이 승진했을 때 넥타이를 선물했는데 한참 지나 만났을 때 그 넥타이를 매고 나왔다”며 “윤 당선인이 ‘그때 네가 선물한 넥타이’라고 웃으며 말했을 때 내심 놀랐다”고 말했다.
(3) 소신
윤 당선인은 주변에서 강하게 반대하거나 비판해도 본인이 옳다고 믿으면 그대로 추진하는 성향이라는 게 검찰 내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선 직후, 국민의힘 내홍으로 지지율이 떨어지자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필두로 하는 선대위 조직을 없애고 최소 규모의 선대본부만 남기기로 결단을 내린 데도 이런 성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윤 당선인의 이 같은 인사 스타일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측근 인사는 자칫 편 가르기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역대 최소 표 차로 당선된 대통령인 만큼 국민의당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과의 통합 정치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진석/김진성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