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되려면…내 부동산이 좋다는 환상 버려야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보유효과, 잘 알고 있는 착각 일으켜
투자에서도 일단 매수한 부동산 애착 형성
"부자 되려면 갈아타기 잘해야"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의 아파트 전경. / 자료=한경DB
“일단 써보세요! 무료로 빌려 드립니다.”

홈쇼핑 채널을 시청하다 보면 자주 나오는 멘트입니다. 각종 플랫폼에서도 회원 가입 시 한 달 정도는 해당 서비스를 무료 또는 아주 낮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환불보장제도라는 거창한 이름을 걸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막대한 광고비를 들이면서도 이런 이벤트를 하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바로 “보유효과” 때문입니다.사람들은 물건이나 지위를 한번 손에 넣으면 그것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보다 훨씬 높게 평가합니다.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탈러(Richard H. Thaler) 교수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유물을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보유효과(endowment effect)라 이름 붙였습니다. 보유효과는 물건에 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며 자신의 소유물을 남에게 넘기는 것을 손실로 여기는 심리상태 때문에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보유효과는 실제로 보유해야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몸에 접촉하거나 잘 알고 있다는 착각으로도 애착이 생기게 됩니다.

투자의 세계에서도 보유효과는 크게 작용합니다. 거래가 빈번한 주식시장에서 많이 발견됩니다. 투자한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쉽게 팔지 못하는 현상이 바로 보유효과에 기인합니다. 현재의 상황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심리이기에 보유효과는 강력합니다. 부동산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온 부동산은 모두 이뻐 보입니다. 부동산 투자 관련 단톡방이나 카페는 대부분 지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여기서 오고 가는 대화들을 보고 있으면 합리적인 이야기도 있지만 고슴도치 부모 같은 이야기도 많이 올라옵니다. 자기 자식이니 무조건 예쁘다는 겁니다.

유명 가수 중 한 명이 본인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의 빌딩을 매입했습니다. 바야흐로 연예인 빌딩부자의 반열에 올랐다는 전언입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 분이 매입한 빌딩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는데요. 상권분석 전문가에 의하면 여기는 주거용 배후세대 상권이라 외부 유입인구가 많지 않고 오히려 내부 수요마저 외부로 유출되는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이 가수가다닌 중고등학교가 모두 근처에 있어 옛날 추억도 생각나니 왠지 친근감도 더 갔을 것입니다. 익숙하면 좋게 보이지만 익숙함은 또한 함정이 됩니다. 보유효과와 유사한 친숙함의 오류입니다. 이는 사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사람, 환경, 가치관 등에도 모두 적용됩니다. 잘 알고 있다는 착각이 애착이 되고 애착이 패착이 되는 것입니다.특정 지역을 방문해서 그 지역의 중개사무소를 방문해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지역의 호재에 대해서 가장 둔감한 사람이 오히려 지역을 잘 아는 오래 영업한 공인중개사분들입니다. 호재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그건 될 턱이 없다는 등, 여기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 등등 온갖 단서를 다 듭니다. 궁극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과거의 이야기들이고 미래 호재에 대해서는 폄하합니다. 이들의 보유효과는 대부분 과거이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인식은 거의 없습니다.

부자가 되고 싶고 본인이 보유한 주택이 주거선호지역에 속해 있지 않다면 갈아타기를 계속해야 합니다. 똘똘한 한 채가 주거의 새로운 트렌드이기 때문입니다. 상위 20% 아파트와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가격차이는 무려 10배나 됩니다. 현 정부 집권 당시 4.7배에 불과했던 5분위 배율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2배 이상 벌어진 겁니다. 현재와 같이 조정을 받는 시기에는 이런 갈아타기가 훨씬 쉽습니다. 갈아타기를 잘 하지 않는 것은 여건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는 보유효과에 크게 기인합니다.

내 것이 좋은 것은 어쩌면 당연합니다. 하지만 부자가 되기 위한 방법에서 중요한 점은 내 것이 좋은지를 끊임없이 확인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매년 자산의 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이유는 자산의 변동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본인의 자산을 바라봐야 하기 때문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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