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봉지 씌워 끌고갔다"…러시아, 우크라 점령지 시장 납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소재 멜리토폴의 시장을 납치했다. 이번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정치인이 러시아군 또는 친러시아 세력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11일(현지시간) 미 CNN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군이 이날 이반 페도로프 멜리토폴 시장을 납치했다"며 "이는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전쟁 범죄"라고 밝혔다.러시아는 개전 사흘째인 지난달 26일 멜리토폴을 점령한 바 있다.

안톤 헤라시첸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보좌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멜리토폴에서 침략자들이 적과 협력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페도로프 시장을 납치했다"고 전했다. 그는 "납치 과정에서 그들은 페도로프 시장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웠다"고 주장했다.

SNS에는 머리에 검은 봉지를 뒤집어쓴 페도로프 시장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시청사 밖으로 끌려나가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퍼졌다.해당 영상에 대해 CNN은 페도로프 시장이 끌려가는 모습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친(親)러시아 반군 세력이 세운 자칭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는 지방 검찰이 페도로프 시장에 대해 테러 범죄 혐의를 적용, 구금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LPR 검찰 측은 페도로프 시장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단체 '올바른 영역'의 조직원으로 테러 혐의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CNN은 페도로프 시장이 참여한 문제의 조직에 대해 "반 러시아 성향이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주장과 같은 파시스트적인 위협을 하지는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페도로프 시장의 납치 사실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범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한편 러시아군은 12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향해 진격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대규모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 도심에서 약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