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누구? 'n번방 추적단' 이대녀…이준석 대항마 포석도

대선서 국힘 젠더 전략 비판하며 李 지지 호소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내정된 윤호중 원내대표가 13일 공동 비대위원장으로 박지현(26) 전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을 발탁하면서 그 배경과 향후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 1월말에 선대위에 합류한 박 위원장은 2019년 사이버 성 착취인 이른바 'n번방' 사건을 처음 공론화한 '추적단불꽃' 출신의 젠더 폭력 전문가다.

당시 한림대 재학생이던 그는 성폭력 영상물을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이 텔레그램에서 운영되는 것을 포착해 해당 채팅방에 들어가 디지털 성폭력 실태를 조사했다.

2020년에는 언론사들을 통해 디지털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힘을 실었다. 이어 '경기도 디지털성범죄 대응 추진단'에서 활동,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와 인연을 맺었다고 한다.
그는 대선 때 이른바 '이대남'을 겨냥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젠더 전략과 윤석열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 등에 대해 "폭력적"이라면서 강하게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3일 서울 종각에서 진행된 여성 집중 유세에서는 2030 여성 7천341명의 지지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유세에서 "대놓고 여성을 혐오하고 배제하며 유권자로 취급하지도 않는 그런 국민의힘 행태에 많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를 해결하고 공감하는 후보기에 이 후보를 선택한 것"이라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그의 이런 노력과 맞물려 이 전 지사는 이대녀로부터 몰표에 가까운 지지지를 받았다.

당시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20대 남성이 윤 당선인을 주로 지지했던 것과 달리, 20대 여성의 58%는 이 전 지사에게 투표를 했다. 이 전 지사가 정권교체 여론에도 0.7%포인트까지 윤 당선인을 따라잡은 데는 호남과 진보 진영의 결집 등과 함께 이대녀의 지지가 기여했다는 게 당내 대체적 평가다.

특히 이 전 지사는 이른바 '형수 욕설'이나 '무상 연예 의혹' 등으로 인해 그동안 2030대 여성의 비호감도가 적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이대녀의 이번 몰표는 특이한 흐름이라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앞으로도 이대녀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약자인 여성·청년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활동의 방점을 둔다는 방침이다.

그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2030과 여성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이것은 시대의 요구"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이대녀'인 박 위원장은 30대 남성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대항마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젠더 문제를 놓고 서로 정반대의 입장을 내면서 대립할 것이란 의미다.

실제 박 위원장은 지난 1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이준석 대표의 여성 혐오 정치 전략, 세대 포위론은 완전히 실패했다"며 "이 대표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나, 정치권에서 떠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발언하는 등 이 대표를 몰아세운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차라리 소수자 정치를 어설프게 하지 말고 민주당에서 지금까지 따돌렸던 김해영·박용진·조응천에게 기회를 줬으면, '비대위원장 김해영' 이런 게 기대되고 두렵지, '180석 정의당'은 두렵지 않다"라며 "소수자 정치로 선거 이후 활로를 모색한다면 '180석 정의당', '180석 녹색당'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쏘아 붙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막판에 2030 여성들이 많이 지지해줬다"며 "이들의 민의를 반영하고 여성과 청년의 대표성을 강화하자는 차원의 인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박 공동위원장 외에 권지웅 전 청년선대위 공동위원장, 김태진 동네줌인 대표, 조응천 이소영 의원, 채이배 배재정 전 의원을 비대위원으로 선임했다.

이 가운데 권 전 위원장과 김 대표는 청년 분야 활동가 출신이다.

조응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으로 20대 국회에서는 이른바 '조금박해'로 활동한 비주류 인사다.

이 전 지사의 당내 대사면 조치에 따라 선대위에 합류했던 채 전 의원은 재벌개혁 논의에 앞장서 온 진보 성향 인사다. 이밖에 초선인 이소영 의원은 이재명 당시 후보의 대변인이었고 배 전 의원은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전 대표의 대변인을 지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