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거울 속에서 나온 '디지털 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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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4차위 데이터특위 위원 taehoon@rainist.com가상의 쌍둥이가 있다면 어떨까? 실패의 두려움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해보고, 모든 선택지의 결과를 비교해볼 수 있다. 필요하면 리셋하고 다시 출발할 수도 있다. 그 가상 세계의 결과들을 기반으로 실제의 나는 더 나은 삶을 누린다.
제조, 도시개발, 의료 등 여러 산업에서 확산하고 있는 ‘디지털 트윈’의 개념이다. 현실의 사물과 똑같은 가상의 모형을 만들고, 발생할 수 있는 상황별 결과를 예측하고 최선의 대안을 찾는 기술이다. 예를 들면 수많은 설비 센서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장애를 즉시 발견·조치하고, 재고와 수요 상황에 맞게 공장 운영을 자동화하고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인다. 변화무쌍한 현실 세계에서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솔루션이라고 할 수 있다.2022년 금융 마이데이터의 시작으로 드디어 전 국민에게 나만의 금융 쌍둥이가 생긴다. 실시간으로 센싱한 재무 정보를 기반으로 가상의 쌍둥이가 나의 예산을 짜고, 나를 대신해 카드, 대출, 보험 연체 등 문제를 해결하고 자산 증식을 위한 재무 전문가 수준의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등 밤낮없이 일한다.
금융 쌍둥이는 믿음직한 파트너로 나를 위해 일한다. 나를 대신해 가상 은행 창구로 가서 상담하고 협상하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한다. 현실 세계의 내가 대출 상담 시 승인 여부, 금리, 한도를 아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은행당 30분에서 2주 정도지만, 금융 쌍둥이는 수십 개의 스마트 대출 서비스를 매시간 1분 만에 받는다.
또한 현실 세계의 내가 발품을 팔아 대출을 잘못 받았을 때 기회비용은 1.5%에 달하는 중도상환 수수료지만, 내 금융 쌍둥이가 대출금리를 비교하는 데 필요한 비용은 작은 수준의 서버 처리 비용으로 끝나고 이는 마이데이터 회사가 부담한다.앞으로 금융을 넘어, 건강, 통신, 교육으로 마이데이터가 확산한다. 디지털 쌍둥이의 건강, 교육, 통신 버전이 구축돼 국민들은 이런 쌍둥이를 여럿 부리게 된다. 스마트 병원, 스마트 학교가 아니라 스마트한 환자, 스마트한 학생, 스마트한 개인을 만드는 접근이다. 이런 나의 쌍둥이 기반의 ‘스마트 미(Smart Me)’는 정부 주도의 전송 요구권과 함께 마이데이터 회사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가장 기대하는 영역이다.
메타버스가 핫하다. 메타버스의 증강된 가상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세상과 교감하며 나를 대신할 분신 없이 얼굴만 닮은 아바타가 돌아다닌다면 그저 가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게임과 다를 것이 없다. 나 대신 일하는 초전문가 쌍둥이, 즉 나의 정확한 분신(The other self)부터 만들어져야 이 분신이 증강된 현실에서 나를 대신해 소통하고 행동하는 진정한 화신(Avatar)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