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찬의 무릎관절 이야기] 관절염 진단 때 꼭 MRI를 찍는 경우

무릎이 아파 내원한 환자의 정확한 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엑스레이를 찍고,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할 것을 권했다. 환자는 “결국 MRI를 찍을 거면 엑스레이는 왜 찍은 거냐”고 물었다. 마치 엑스레이는 별 필요도 없는 검사인데, MRI를 찍기 위한 통과의례 아니냐는 뉘앙스다.

진료 중에는 MRI를 찍는 경우가 많다. 때에 따라서는 엑스레이와 MRI 외에 혈액검사나 다른 신경 검사를 하기도 한다. 환자 입장에서 보면 왜 이런 검사를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과잉 진료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도 있다.
잘 치료하려면 진단을 잘해야 한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정확하면서도 부족함이 없는 정보가 필요하다. 정보량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명의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하는 의사다.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본 정보가 부족한 상태에서 경험치에만 의존하면 정확한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물론 엑스레이만 찍고 MRI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도 있다. 아픈 지 얼마 되지 않은 환자의 경우 굳이 MRI를 찍지 않아도 증상이나 아픈 기간, 통증의 양상을 보고 판단이 가능하다. 반면 오랫동안 참고 참다가 뒤늦게 병원을 찾거나 병원을 여기저기 옮겨 다니다 제때 꾸준히 치료받지 않은 환자는 대부분 증상이 심해지고, 질환 양상이 다양하고 복잡해져 MRI 검사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엑스레이 검사는 주로 뼈의 상태를 보여준다. 뼈의 골극(뼈 돌기)이 있는지, 뼈가 얼마나 변형됐는지, 뼈와 뼈 사이가 얼마나 좁아졌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엑스레이는 뼈 이외의 골연골, 반월상 연골판, 인대, 근육, 신경 등 관절 주변 조직은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정보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MRI 검사가 꼭 필요하다. 즉 MRI는 엑스레이에서 보이지 않는 구조물을 세밀하게 판단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이외에 혈액검사를 하기도 한다. 염증 수치가 얼마나 높은지, 류머티즘 관절염 인자가 있는지, 통풍성 관절염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요산 수치가 높은지 등을 판단한다. 모든 검사는 저마다의 목적이 있고,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시행한다. 특히 MRI는 관절염을 진단할 때 꼭 필요한 연골의 상태와 인대 등 관절 주변의 구조물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검사다. 시간이 흐르면 관절 상태 또한 달라지니 MRI 검사를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 좋은 의사는 무엇보다 환자를 잘 치료하는 것이다. MRI 검사를 권한다고 무조건 과잉 진료라고 단정 짓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
엑스레이 상(왼쪽)으로는 질환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MRI 검사 결과 내측 반월상 연골판(노란색 원표시)이 파열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