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V 팔고 전기차 살까"…고유가에 친환경차 수요 급증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휘발윳값이 치솟으면서 미국에서 연비 좋은 차량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최근 미국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08년 7월 이후 최고가를 찍은 데 이어 전날에는 갤런당 4.33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기로 했기 때문에 휘발윳값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자동차 딜러사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브리드카와 전기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거주하는 교사 브렛 비욘스태드 씨(62)는 "휘발유 가격이 올라 1년 전에 산 기아 소형 세단 리오를 전기차로 교체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여년 간 자동차 업계는 연비가 좋은 소형차와 세단 판매 비중을 줄이고,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에 집중했다. 예컨대 연비가 뛰어난 포드 피에스타, 혼다 피트, 도요타 야리스 등의 미국 내 생산이 중단됐다. 데이터 분석회사인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차량의 78%가 SUV와 픽업트럭이었다.


전기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만, 차량 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테슬라와 포드 등이 판매하는 전기차는 주문 후 출고까지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가격이 치솟고 있다.마이크 스탠튼 미국 자동차딜러협회 회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딜러 모임에서 "우리는 모두 전기차에 몰두하고 있다"면서 "다만 당장 우리가 팔 물량이 부족하다"고 했다.

재고가 가장 많이 부족한 차종으로는 소형차, 세단, 일부 하이브리드카가 꼽힌다. 공급망 위기로 인해 대부분 완성차업체가 픽업트럭과 SUV 생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워즈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미국 자동차 대리점에 운송 중이거나 재고로 기록된 차량은 100만대 정도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약 270만대였다.자동차 업계가 고유가 시대를 경험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넘어섰던 2008년에는 소형차 수요가 급증해 일부 중고차 가격이 새 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치솟았다.

일각에서는 최근 10여년 새 SUV와 픽업트럭의 연비도 크게 개선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더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고 엔진과 차체의 크기를 줄이는 추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국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크로스오버 SUV의 평균 연비는 28.4mpg(L당 12.0㎞)로 10년 전(23mpg)보다 크게 개선됐다. 자동차 시장 정보업체 에드먼즈의 제시카 칼드웰 애널리스트는 "조금 더 큰 차를 구매하더라도 예전보다는 연비가 더 좋다"고 설명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