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창업주 장남, 지주사 대표서 물러난다

임종윤 사장, 한미사이언스 재선임 안돼
한미약품 사내이사직은 유지
"해외 사업에 집중"
한미약품을 창업한 고(故) 임성기 회장의 장남인 임종윤 사장이 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 대표에서 물러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사이언스는 오는 24일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에 임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상정하지 않기로 했다. 15일 임기가 종료되는 임 대표가 사내이사로 재선임되지 않으면 대표이사 자리에서도 물러나게 된다.임 대표는 고 임 전 회장의 2남 1녀 중 첫째로, 미국 보스턴대를 졸업한 뒤 2005년 북경한미약품유한공사 동사장(이사회 의장)을 역임했다. 2009년 한미약품 이사로 선임됐고, 2016년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았다. 2020년 8월 임 전 회장 타계 뒤 회장 자리를 물려받은 모친 송영숙 회장과 함께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었다. 재계에서는 앞으로 송 회장이 홀로 한미사이언스 대표를 맡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송 회장과 3남매가 고루 보유하고 있다.송 회장은 11.65%를, 장남인 임 대표는 7.88%를 갖고 있다. 동생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과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은 각각 8.82%와 8.41% 보유하고 있다. 제약업계 일각에선 이번 인사로 아직 '미정' 상태인 한미약품그룹 후계구도에서 일단 장남은 밀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 경영에서 손을 떼더라도 한미약품 등기이사(사장) 지위는 2024년 3월까지 유지한다. 한미약품그룹은 임 대표가 유럽과 중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회사 관계자는 "임 대표는 미래 먹거리 창출에 매진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 확대 등 글로벌화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와는 별개로 분자진단 기업 디엑스앤브이엑스(옛 캔서롭)의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상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