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스무살 'POSCO', 이제 시장에 맡기자

민영기업 탈바꿈에도 '외압' 여전
국영 '포항제철' 굴레에서 벗어나야

황정환 산업부 기자
2002년 3월 15일 포항제철은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지금의 포스코(POSCO)로 바꿔 달았다. POSCO는 1968년 포항제철 설립부터 써오던 영문명이었다. ‘POhang Iron&Steel COmpany’의 약자다.

표면적으로 포항제철이 포스코로 이름을 바꾼 것은 ‘포항’의 ‘제철’ 기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는 2005년 포스코에너지, 2010년 포스코인터내셔널 설립으로 이어졌다.하지만 사명 변경 이면엔 2000년 완전 민영화 이후에도 이어진 정부의 간섭에서 탈피하려는 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외환위기 이후 공기업 민영화에 나선 김대중 정부가 2000년 10월 지분 26.7%를 시장에 매각하면서 포스코는 설립 35년 만에 민간 기업으로 새로 태어났다.

그런데도 포스코를 향한 정부의 간섭은 이어졌다. 정권 교체기마다 지배구조가 흔들렸고, 정부의 정책 달성 수단으로 동원되기도 했다. 포스코가 그들의 자긍심이 담긴 사명인 ‘포철’을 떼어낸 것은 계속되는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나려는 외침이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15일 포스코라는 이름은 정확히 스무 살을 맞았다. 20년간 포스코는 철강회사를 넘어 2차전지 소재, 리튬·니켈 등을 아우르는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거듭났다. 그 사이 20년간 정권은 다섯 번 바뀌었지만, 포스코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달라지지 않았다.지난 1월 포스코는 주주 89%의 동의로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기쁨도 잠시 곧바로 정치권의 압박이 가해졌다. 신사업 투자를 주도할 지주사 포스코홀딩스와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연구를 위해 세운 미래기술연구원을 서울이 아니라 포항에 두라는 것이었다.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선 본사를 서울에 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항변에도 정치권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포항제철’은 ‘포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여야를 떠나 한결같은 메시지였다. 포스코는 결국 손을 들었고, 내년 3월까지 지주사를 포항으로 옮기기로 했다.

포스코는 민영화 이후 자산 규모가 20조원에서 작년 말 90조원으로 4.5배 증가했고, 주가도 2000년 말 7만6500원에서 약 네 배 상승했다. 외국인 지분이 한 자릿수(8%)에서 53%로 늘었다. 포스코의 기업 가치를 그만큼 높이 평가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민영기업 포스코를 시장에 맡겨둬야 한다고 지적한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인 포스코를 정치적 ‘전리품’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다. 포스코가 스무 살로 성인이 된 이제는 국영 ‘포항제철’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