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유세 증세도 감면도 '날림'…이런 세정 더는 없어야

정부가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공개하는 오는 22일, 보유세 부담 완화 방안도 함께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해 1주택자에게마저 ‘세금 폭탄’ 고지서를 안겼던 점을 감안하면 희소식이긴 하다. 그러나 국민 부담이야 어찌 되든 보유세 증세를 강행해온 정부가 사과 한마디 없는 점은 책임 있는 자세로 보기 어렵다. 민심 이반을 우려한 여당 대선 후보가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그제야 방침을 180도 바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보유세 부담 완화는 현실적으로 종합부동산세 증가 상한선을 현행 150%(전년의 1.5배)에서 그 이하로 낮추거나, 올해 대폭 오를 공시가가 아니라 작년 공시가를 적용하는 것에서 답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공시가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계획대로 높이겠다던 정부 고집도 접어야 한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공시가에 곱하는 비율)을 종부세는 올해 100%(작년 95%), 재산세는 매년 3~5%포인트씩 올려 2030년 90%로 높이는 계획을 중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집값 상승기에 공시가 인상이 겹치면 세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를 못 본 체하다가 결국 문제를 키운 것이다.정부가 고민 중이라는 방안이 합리성·일관성을 결여한 것도 문제다. 재산세 부담은 2020년 수준으로 낮추고, 1주택자 종부세는 작년 수준에서 동결한다는 얘기가 앞뒤 맥락 없이 튀어나온다. 공시가를 작년 수준으로 묶고 재산세는 더 낮추는 방안을 찾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문제는 또다시 종부세 대상자와 그렇지 않은 1주택자 간 갈라치기를 염두에 뒀다는 점이다. ‘날림’ ‘대증요법’으로 세금을 올리다 보니, 거꾸로 세 부담 완화도 즉흥적으로 결정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정부의 생색내기용 발표 가능성이다. 이미 종부세율 인하, 재산세와 통합 과세 등 공약을 내건 윤석열 당선인 측과 긴밀히 협의한 뒤 발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세율 인하도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하는 편법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자칫 조세법률주의를 훼손하고, 세법을 누더기로 만드는 ‘고무줄 세정(稅政)’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세금 제도가 요술 방망이도 아니고, 이렇게 맘대로 휘둘러도 되는가. 빈대(집값) 잡으려다 초가삼간(세정) 태우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