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항원검사 첫날, 3시간 대기줄 '검사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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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병원들 종일 대혼란
시민 수십명 한꺼번에 몰려
30분만에 진단키트 동나기도
선별진료소도 3시간 넘게 대기
"접수 조기마감돼 발길 돌려"
![사진=연합뉴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ZA.29277148.1.jpg)
개원 30분 전부터 긴 줄
![](https://img.hankyung.com/photo/202203/AA.29281584.1.jpg)
이날 서울 홍제동의 B병원 입구도 문 열기 10분 전인 오전 8시50분부터 50여 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 안에선 간호사 세 명이 검사 접수부터 체온 측정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모습이었다.
오전 9시10분께 병원 직원이 “최소 두 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하자 일부 시민은 탄식과 함께 발길을 돌렸다. 직장인 윤모씨(32)는 “출근 전 병원 세 곳을 갔는데 전부 대기 인원이 많아 검사를 못 했다”며 “아예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게 더 낫겠다”고 했다.이날 동네 병·의원에 시민이 몰린 데는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한 방역체계가 바뀐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이날부터 한 달 동안 전문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자로 인정하기로 했다.
최근 확진자 급증으로 PCR 검사량이 폭증하자 보건소가 확진자 관리·치료 등에 어려움을 겪어서다. 그런 만큼 검사 장소를 늘려 보다 빨리 시민들이 검사를 받게 하려는 게 정부 의도였다. 신속항원검사를 하는 병·의원은 호흡기전담클리닉 등 총 7732곳(12일 기준)이다. 정부는 하루 최대 70만 건을 더 검사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선별진료소도 2~3시간 대기
정부 예측과 달리 동네 병·의원뿐 아니라 선별진료소까지 이날 검사 대기 줄이 길게 이어졌다. 오전 10시께 홍제동 견인차량보관소 앞에 있는 임시선별검사소엔 300여 명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고 서 있었다. 50㎝ 간격을 둬 대기해야 하지만 이를 확인하는 관계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한 시민은 직접 들고 온 캠핑용 간이 의자에 앉아 검사를 기다렸다. 직장인 윤모씨(42)는 “오전 10시에 왔는데 11시50분이 돼서야 검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진료소 직원이 자가진단키트에 양성이 뜬 것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으로 서울시 홈페이지에 나온 선별진료소 혼잡도 현황을 보면 절반 넘는 진료소가 ‘혼잡’ ‘붐빔’ 상태였고, 세 곳은 검사 접수가 마감됐다.“23일께 감소세로 전환”
방역당국은 이르면 이번주 대유행의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날 공개한 국내외 연구진의 코로나19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하루 신규 확진자는 16일 32만 명 이상으로 치솟고, 이달 23일께 감소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위중증 환자는 23일 1800명을 넘어서고, 4월 초 2000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변수는 ‘방역 완화’다. 정부는 이번주 사회적 거리두기 추가 완화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6인·11시(최대 6명이 오후 11시까지 사적 모임 가능)’ 등 현행 지침은 오는 20일까지다. 정부가 지난 3일 거리두기를 조정하면서 “다음엔 본격적으로 완화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사적 모임 인원·운영시간 제한이 대폭 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의료계 일각에선 이 같은 완화 조치로 정점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 양성자가 공식 확진자로 집계되면서 확진자 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장강호/이광식/이선아 기자 callm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