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빗장 푸는 나라들…"잃어버린 2년 되찾자" 항공·여행산업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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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격리 입국' 글로벌 대세로코로나19 사태 직전인 2020년 1월 792만1496명에 달했던 국제선 여객 수는 넉 달 뒤인 같은 해 5월 13만8447명으로 추락했다.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였다. 백신이 보급됐지만 델타·오미크론 변이가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는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EU 경제활동 인구 12% 관광업
경제회복 위해 관광 부활에 나서
접종자 음성확인서 없어도 무격리
"코로나 종식 앞뒀다" 운항 늘려
내달 항공산업 정상화 점쳐
고사 직전에 몰렸던 항공산업이 부활할 채비에 들떠 있다.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각국이 속속 하늘길을 열면서 고사 직전에 몰린 글로벌 항공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최근 “세계가 끝없이 이어지던 코로나19라는 긴 터널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항공·여행산업의 봄이 돌아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항공산업 정상화 앞뒀다”
14일 글로벌 항공정보업체인 OAG에 따르면 다음달 세계 항공 수용력(항공 좌석 수)은 4억1761만 개에 달할 전망이다. 통상 항공업계에선 항공 수용력이 4억 개를 넘으면 항공산업이 정상화된 것으로 간주한다. 항공 수용력이 4억 개를 회복한 건 코로나19 직후인 2020년 2월(4억102만 개) 이후 처음이다.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감했던 항공 수용력은 이듬해 2월 백신이 보급되면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2021년 2월 2억여 개에 불과했던 항공 수용력은 같은 해 7월 3억5588만 개까지 증가했다. 코로나19 종식을 앞뒀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항공사들이 항공기 운항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급속히 확산하면서 항공 수요 회복은 정체됐다. 한국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여파로 작년 12월부터 모든 해외입국자에게 7일간의 자가격리 규제를 다시 부과했다.유럽과 미국은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오미크론이 전염력은 강하지만 중증도는 낮다는 판단에 따라 국경 문을 열었다. 음성확인서만 있으면 자가격리 규제를 완화했다. 특히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로 불리는 남부 유럽은 관광산업 재개가 국가 경제의 존립과 직결돼 있다. 유럽연합(EU) 회원국 전체 경제활동 인구의 12%가 관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스페인과 프랑스, 체코 등 유럽 각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달부터 백신을 접종했으면 음성확인서가 없어도 자가격리를 면제하고 있다. 국경 문을 걸어 잠갔던 호주와 캐나다도 각각 지난달 21일과 28일부터 백신 접종자에게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는 등 입국 조치를 완화했다.
“여름부터 항공 심리 회복 전망”
‘K방역’을 앞세워 입국 제한 완화에 부정적이었던 한국도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 뒤늦게 동참했다. 정부는 모든 해외입국자에게 시행하던 7일간 자가격리를 오는 21일부터 해제하기로 했다. 백신 2차 또는 얀센 1회 접종 후 14~180일 이내인 사람과 3차 접종자에 한해 격리 면제가 가능하다.다만 역내 운항이 많은 유럽과 달리 국내의 국제선 항공 수요는 아직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선 여객 수는 32만3215명으로, 코로나19 직전 대비 4.1%에 불과했다. 다만 항공업계는 입국 제한 완화로 올 2분기부터 국제선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버블로 지정된 사이판 노선 예약률이 사실상 10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에 억눌렸던 수요가 ‘V자형’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 ‘방역 요새’로 불리던 호주가 지난달부터, 필리핀은 이달 10일부터 관광객들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했다. 한국인이 즐겨 찾는 태국도 입국 뒤 하루만 격리하면 된다. 베트남도 격리를 사흘에서 하루로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업계는 내국인들이 주로 찾는 동남아시아와 일본 등 주변 국가들부터 해외 여객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변이가 추가로 발생하지 않는 한 수요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강경민/남정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