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등급' 자영업자도 연 3.7%에 대출…금리경쟁 불러온 인터넷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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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5년, 국내 은행산업 어떻게 바꿨나카카오뱅크는 올해 대출 영업의 최우선 순위를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로 정하고, 김광옥 부대표 주도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실적을 챙기고 있다. 케이뱅크는 대출을 받아간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보험 상품 ‘대출안심플랜’을 공짜로 들어주고 있다. 큰 사고를 당해 상환이 어려워질 때 보험사가 대신 갚아주는 서비스다. 신용점수 하위 50%(KCB 기준 820점 이하)를 뜻하는 중저신용자는 1금융권에서 환영받는 소비자가 아니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들을 향해 “돈 좀 빌려가시라”고 구애 작전을 펴고 있다.사실 이런 움직임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시작했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인터넷은행이 중금리 대출 활성화라는 도입 취지를 지키지 않고 고신용자에게 이자 장사만 한다”고 문제 삼으면서다. 인터넷은행 3사는 내년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0~40%대까지 끌어올리기로 당국과 약속했다. 비금융정보를 가미해 신용평가모형을 고도화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상) 중저신용자 대출시장 열다
케뱅, 통신·쇼핑정보 등 반영한
맞춤형 신용평가모델 운영
신파일러 대출 승인 31% 늘어
‘신파일러 맞춤 평가’로 승인율 31%↑
케이뱅크는 지난달 중저신용자와 신파일러(thin filer)에 특화한 ‘맞춤형 신용평가모형’을 만들어 별도 가동하기 시작했다. 소득 수준, 대출 이력 등 금융정보에 통신·쇼핑 정보까지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 요금제, 할부금, 요금 납부이력 등과 함께 백화점·마트에서 패션, 외식, 생활용품 등을 구매한 이력도 활용한다. 케이뱅크는 새 모형을 적용한 결과 중저신용자의 대출 승인율은 기존 모형 대비 18.3%, 신파일러의 승인율은 31.5%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윤형로 케이뱅크 리스크관리실장은 “향후 통신 데이터의 사용량 변화 분석 등 새로운 대안정보를 발굴해 신용평가에 접목할 것”이라고 말했다.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부터 통신정보 등을 활용한 새 신용평가모형을 운영 중이다. 올해는 도서 구입, 자동이체, 카카오 계열사 이용내역 등을 추가로 반영할 계획이다. 토스뱅크가 자체 개발한 평가모형도 신용평가회사의 표면적인 신용점수보다 ‘실질소득’을 분석하는 데 주력한다. 기존 대출이 있더라도 성실하게 갚았고, 보험을 장기간 유지했거나 카드 소비기록이 건전하면 가점을 주고 있다.
“이것이 혁신” vs “감당되겠나”
토스뱅크는 지난달 인터넷은행 최초로 개인사업자 신용대출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도 자체 신용평가 모형을 활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올해부터 보증·담보를 끼지 않는 자영업자 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매출이 크지 않더라도 꾸준히 발생하면 단기간에 높은 소득을 올린 사업자보다 우대한다”며 “2금융권, 대부업체를 이용해 신용점수가 떨어졌어도 상환능력이 있으면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예를 들어 10년 이상 운수업에 종사한 한 자영업자는 신용점수 660점이었지만 토스뱅크에서 연 3.69% 금리로 2900만원을 빌려갔다. 은행권의 전형적인 신용평가 공식을 무조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서 500점대, 토스뱅크에서 400점대 소비자도 신용대출을 받는 사례가 나올 수 있는 이유다.이 같은 인터넷은행들의 ‘실험’은 결국 건전성 관리에 성패가 달렸다. 한 인터넷은행 대표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한 중저신용자 대출 성적표는 올해부터 차츰 연체율과 부실률로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은행의 위험 관리 역량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핀테크업계 투자를 맡아온 금융권 관계자는 “업체마다 대안 모형은 많이 만들었는데 구조를 공개하지 않으니 외부에서 검증할 방법이 없다”며 “인터넷은행도 사후적 지표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신용자 역차별’ 불만 나오기도
인터넷은행들은 당국에 보고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고신용자를 인위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소비자 사이에선 금융시장 원리에 안 맞는 ‘역차별’이라는 비판도 있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케이뱅크가 신용 1~2등급에 내준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연 4.5%, 토스뱅크는 연 4.19%였다. 국민(연 3.69%), 신한(연 3.92%), 하나(연 3.55%) 등 시중은행을 크게 웃돌았다. 은행 관계자는 “고신용자에게 일부러 높은 금리, 낮은 한도를 제시하는 디마케팅”이라고 했다. 인터넷은행 내부에서도 “중저신용자를 포용하라는 취지는 좋지만 속도 조절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온다.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