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기업' 이미지 키우고 소상공인 끌어들이고…카카오와 다른 네이버의 플랫폼 확장 전략 [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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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생태계 육성으로 '롱런'네이버가 지난 4일 팬십 후원 플랫폼 패트리온에 118억원을 투자했습니다. 2013년 설립된 패트리온은 사진·영상·음악·소설·게임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네이버의 투자에서 네이버가 추구하는 플랫폼 전략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패트리온은 어떤 업체이길래 이러한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며, 여기서 파악할 수 있는 네이버 플랫폼 성장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합니다.
독점 논란 지우기 위해 '상생' 중시
골목상권 침해 카카오와 차별
패트리온의 가장 큰 특징은 수익 모델입니다. 많은 콘텐츠 플랫폼들이 콘텐츠 단건 구매 혹은 광고로 수익 모델을 짜는 반면 패트리온은 자신이 후원하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팬들이 직접 콘텐츠 제작 자금을 후원하는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습니다. 패트리온은 지난해 창작자 및 구독자가 급증하면서 기업가치가 약 5조원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2020년에 기업가치가 1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에 비하면 매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추세입니다.네이버 관계자는 패트리온의 수익 모델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단 건 구매나 광고는 창작자들의 인센티브를 왜곡시키는 경향이 있다. 작품성 있는 콘텐츠를 개발하게 하기 보다는 자극적이고, 단순 흥미의 콘텐츠를 개발하게 한다. 반면 팬심을 갖고 후원하게 하는 수익 구조는 장기적 관점에서 창작자들이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만드는 기반을 마련해줄 수도 있다”네이버가 어떻게 하면 창작자들을 성장시킬 수 있을지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이 게 네이버 플랫폼 성장 전략의 핵심입니다. 생태계를 키워 그들과 함께 플랫폼을 확대한다는 전략이죠.
이러한 고민은 다른 사례에서도 드러납니다. 네이버는 지난달에 유료 콘텐츠 플랫폼 ‘프리미엄콘텐츠’ 서비스를 정식으로 출시했습니다. ‘프리미엄콘텐츠’는 창작자가 네이버에서 쉽게 콘텐츠를 판매하고, 이용자는 쉽게 구독할 수 있는 유료 콘텐츠 플랫폼입니다. 네이버는 콘텐츠 발행, 판매, 데이터 분석, 정산 등 창작자들이 콘텐츠 판매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콘텐츠 플랫폼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네이버는 2015년 사업 컨설팅 등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프로젝트 꽃’을 시작했습니다. 소상공인들을 육성해서 네이버 플랫폼 안에서 온라인 장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젝트입니다. 이 프로젝트 하에 네이버는 쇼핑몰 제작 도구, 판매 데이터 분석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스토어’를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네이버가 이런 '착한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네이버는 사회 공헌 기업은 아닙니다. 손해를 보는 장사를 하지 않습니다. 네이버의 성장 전략은 꽤나 성공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는 약 50만의 소상공인들을 네이버쇼핑 플랫폼으로 끌어들였습니다. 플랫폼 참여자들이 많아지면 플랫폼의 경제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또한 프리미엄콘텐츠는 정식 출시 전 시범 운영에서 총 4억8000만원의 거래액을 달성했고,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정식 출시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이러한 전략에는 더 큰 의도도 있습니다. 네이버가 이러한 상생 성장 전략을 추구하게 된 것은 지난 2013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대대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난 이후부터입니다. 당시 공정위는 네이버가 인터넷 검색시장 시장지배자로 지정하고 불공정거래 행위 실태 파악에 나섰습니다. 이후에도 지속해서 공정위는 동영상, 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네이버를 상대로 조사를 진행했습니다.이러한 독점 논란을 피하기 위해 네이버는 ‘착한 기업’이란 이미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그 성과도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경쟁사 카카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시장과 정치권의 질타를 받을 때 네이버는 사정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플랫폼 업체들에 대한 사회의 견제를 상생 전략으로 잘 벗어나고 있어 보인다”며 “사업 확장과 상생의 균형을 잘 맞추는 모습”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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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기 기자 k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