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명 회원에게 제각기 다른 3000개 앱이 되겠다"…'여성 패션앱 1위' 에이블리의 성장 비결 [한경 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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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하늘 에이블리 CTO 인터뷰에이블리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가장 많이 쓰는 여성 패션 플랫폼입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인 203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전문몰 앱은 에이블리로 한 달간 366만명이 사용했다고 합니다. 다음으로 지그재그(333만명), 브랜디(267만명) 순이었지요.
여성 패션 플랫폼 1위 에이블리
AI 기반으로 고객 취향 분석 및 추천
지난해 말 누적 거래액 1조원
"유저의 숨은 취향 찾아준다"
2018년 3월 론칭한 에이블리는 약 3년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누적 거래금액이 1조원을 넘었습니다. 지난해 기준 연간 거래금액은 약 7000억원으로 올해 1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난 1월에는 670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해 누적 투자유치 금액이 1730억원까지 올랐습니다. 여성 패션 플랫폼 중 최대치입니다.독보적인 성장의 비결으로 에이블리가 꼽는 것은 ‘개인화’입니다. 패션은 쇼핑 카테고리 중에서도 취향이 극명하게 드러나고 반영되는 분야지요. 일반적으로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추천 시스템을 도입한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 에이블리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취향 분석 및 추천 기술을 자체 개발한 몇 안 되는 업체입니다. 에이블리의 개인화를 구현하는 최하늘 에이블리 CTO를 서울 강남 에이블리 본사에서 지난 10일 만났습니다.최 CTO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왓챠의 공동 창업자 출신입니다. 에이블리를 만든 강석훈 대표와도 왓챠를 함께 만들며 연을 맺었습니다. 강 대표와 이때부터 추구했던 목표가 개인화였습니다. “개인의 취향을 잘 추천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고, 취향이 중요한 카테고리 중 고른 게 영화였다”는 겁니다. 에이블리에 합류한 이유도 패션보다는 개인화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패션에 큰 관심이 없는데, 에이블리에 와 보니 패션이야말로 개인의 취향이 반영되는 상품군이었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최 CTO가 합류한 2019년 당시 에이블리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추천 서비스를 쓰고 있었습니다. 글로벌 e커머스인 아마존을 운영하며 쌓인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해 기업들에 제공하는 서비스지요. 그러나 온라인 패션 쇼핑에 최적화된 서비스는 아니었습니다. 아마존 AI 서비스의 목표는 매출 극대화입니다. 때문에 유저들이 검색한 상품을 다양한 범위 안에서 많이, 계속 보여주는 추천 방식을 사용합니다. 예로 생수를 검색하면 에비앙 등 비싼 생수부터 가성비 높은 생수가 계속 보여지는 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소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을 빠르고 편리하게 쇼핑하고 나갈 수 있지요.여성 소비자들의 온라인 패션 쇼핑은 장보기와 다릅니다. 원피스도 보고 니트도 보고, 치수 확인도 하며 장바구니에 한가득 담아놓고 이후 필요한 상품을 골라 사는 소비자들이 많습니다. 바꿔 말하면 유저들이 앱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야 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큽니다. 소비자들의 앱 체류시간을 늘리려면,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추천해줘야 한다고 최 CTO는 판단했습니다. 에이블리가 2019년 7월께 AI 기반 추천 기술을 자체 개발하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핵심은 예측입니다. 소비자들이 이미 검색한 영상 외 ‘좋아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고,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알려주지요. 에이블리 추천 기술의 목표도 같았습니다. 데이터가 기반이 됐습니다. 앱 내 리뷰 2500만개, 누적 상품 찜 수 6억 개, 앱 다운로드 수 2800만 건 등입니다. 최 CTO는 “머신러닝 전문가를 영입해 반 년 가량 개발과 시범도입을 거쳐 2020년에는 아마존의 AI 서비스를 완전히 대체했다”며 “강 대표가 최근까지 AI 추천 기술 담당팀을 직접 챙길 만큼 개인화에 대한 중요성을 전사가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MZ세대의 1위 여성 패션앱이라는 성과도 자체 추천 기술을 적용한 이후 달성할 수 있었다는 게 에이블리 측 설명입니다.최 CTO는 e커머스 시장이 발달한 중국, 유튜브의 나라 미국을 선례로 자체 AI 기술을 어떻게 보완하고 개선할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알리바바와 타오바오 등 중국 e커머스들은 광고와 제품 추천 뿐 아니라 앱 화면도 개인의 취향에 맞춰 꾸며줄 만큼 개인화 수준이 높다고 합니다. 유튜브식 알고리즘의 가장 큰 문제 ‘필터버블(Filter Bubble)’의 해결방안도 고민 중입니다. 자신의 관심에 맞춘 정보들만 제공받는 사용자가 결국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을 뜻하지요. 최 CTO는 “소비자가 새로운 스타일에 도전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을 어떻게 타개할지가 요즘 최대 고민”이라며 “에이블리에 들어오는 새로운 상품과 입점업체들도 고객 데이터가 없는 만큼 이들을 어떻게 소비자들에게 추천해야 효과적일지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에이블리는 최근 진출한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분야와 패션을 넘나드는 추천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교차 추천’으로 스트릿 패션을 좋아하는 소비자는 어떤 화장품과 인테리어 용품들을 좋아할지까지 예측하겠다는 겁니다. 궁극적인 목표는 앱의 개인화입니다. 앱을 열면 나오는 첫 화면부터 각 페이지와 추천되는 제품들을 모두 소비자의 성향에 맞춘,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 앱입니다. 최 CTO는 “3000명의 소비자가 있다면 제각기 다른 3000개의 앱이 되어주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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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