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배임직원 조사 ABC … 사내변호사가 유의할 점!!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인사兵法'
배임직원 조사②
영업직원 A가 패키지 구성 제품 일부를 빼돌려 외부 업체를 통해 은밀히 재판매한다는 제보를 받고, 사내 변호사가 제보자를 면담했다. 면담 시 제보자는 납품 서류 위조 방법을 자세히 설명하였다. 그리고 A 뿐만 영업팀장, 외부 업체 대표, 고객사 담당직원도 빼돌리기에 관여하였고, 다른 영업직원들도 빼돌리기를 했다고 폭로하였다. 보고를 받은 사장은 사내 변호사에게 제보가 신빙성이 있고 사안이 심각하니, 외부 로펌에 조사를 맡기고 최대한 이른 시기에 결과를 보고하라고 지시한다.

위와 유사한 배임직원 비위행위 조사는 기업 경영 과정에서 종종 일어난다. 이 때 조사를 담당하는 사내 변호사가 조사와 관련하여 알아야 할 사항이 무엇일까? 조사를 의뢰 받는 외부 로펌 담당 변호사로 사내 변호사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평소 느낀 점을 몇 가지 편안하게 말씀 드리고자 한다. 우선, 조사기간을 여유있게 정해야 한다. 처음부터 외부 로펌과 협의하여 합리적 조사기간을 정하거나, 기간을 여유있게 정하기 어렵다면 단계적, 현실적 목표를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사기간 단축에 과욕을 부리면 절차상 무리로 인해 분쟁이 생기거나 조사의 질을 떨어뜨릴 염려가 있다.

조사가 길어지면 기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지장을 줄 것을 우려해 사내 변호사가 최단 기간 내 조사를 마치려고 하는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이와 관련, 위 사례에서 사내 변호사가 4주 안에 모든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세우고 사장에게 보고도 했다고 상정해보자. 이것은 실제 있을 법한 사례다. 납품서류 등 확인에 1주, 면담에 2주, 정리 및 보고에 1주, 이렇게 기간을 배정하고 집중 조사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위 사례 정도의 사안에서 인사조치, 손해 보전, 고객사와 외부 업체 관계 정리, 업무절차 개선에 필요한 충분한 조사를 4주 만에 마치기는 불가능하다. 기본 조사 수칙을 지킨다면 위 사례라면 조사기간은 2배 이상, 즉 8주 이상 걸릴 것이다. 이처럼 조사기간에 대한 기업 예상 내지 기대와 외부 로펌 시각 사이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 대면 조사의 예를 들어 살펴보자. A와 영업팀장 등의 대면 조사는 그냥 아무 때나 불러서 문답하고 끝내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사전에 서류 조사와 관계자 질문을 통해 기본 사실을 확인하고 질의를 다듬어야 하는데 여기부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중요한 비위 혐의가 따르는 문제직원일수록 1차 대면 조사 이후 방어 기회를 주거나 확인 사항이 있어 추가 대면 조사가 뒤따르는 것이 보통이다. 책임을 어떻게든 모면하려는 직원과의 문답은 4~5시간 이어지기는 예사이므로, 하루에 여러 명 조사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외부 업체 대표나 고객사 담당직원 대면 조사는 모든 조사가 끝난 후 순서를 잡는 것이 보통이므로 순서를 조정하여 기간을 단축할 수도 없다.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으면 지키기 어려운 비현실적 조사기간을 정하게 된다.

다음으로, 대기발령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례의 A, 영업팀장 등과 같은 배임직원을 조사할 때는 대기발령을 실행할지, 한다면 언제, 누구를 대상으로 실행할지는 중요하면서도 여러 고려사항이 많은 결정이다. 조사 목적과 상황에 맞게 현명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기발령은 너무 이른 시기에, 너무 광범위한 대상자를 상대로 이루어지면 안된다. 업무 공백으로 기업의 정상적 업무수행에 지장을 주는 것은 물론, 사내·외에 대기발령자가 비위행위를 범했고 징계가 임박한 인상을 주기 때문에 대상자 반발과 조사 방해가 있을 수 있다. 처음 대기발령 할 때 예상보다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사례에서 제보자 면담 직후 추가 조사 없이 A, 영업팀장, 혐의를 받는 영업팀원 전부를 대기발령하였는데, 대기발령이 당초 예상한 조사기간 4주를 넘어서까지 이어지면서 영업에 지장을 받고, 당초 예상한 혐의는 입증이 곤란하며, 고객사가 대기발령 사유를 꼼꼼하게 문의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잘못 행해진 대기발령의 부작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법적으로 대기발령은 (예외도 있지만)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고 엄격한 징계절차에 따르는 징계조치가 아니기 때문에, 취업규칙상 근거가 없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에 근거하여 적법하게 할 수 있다. 특히 대기발령 기간에 정상 급여를 지급하면 어떤 시기에 어떤 대상자를 범위로 시행하건 법적으로 문제될 위험이 매우 낮다. 그러나 법상 허용된다는 것과 조사 목적상 바람직하다는 것은 다른 문제로, 앞서 언급한 부정적 효과를 생각하면 쉽게 대기발령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단, 대기발령은 조사에 순기능을 하고 꼭 필요할 경우가 있다. 특히 리더가 관련된 배임행위에서는 리더를 대기발령으로 업무상 분리하지 않으면 입맞추기, 증거인멸, 보복, 사내 질서 문란을 막을 수 없을 때가 있다. 대기발령 기회에 간단한 면담을 하는데, 그 때 노트북 반납 및 포렌직, 이메일 열람 동의 등에 관하여 자발적으로 동의를 받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실제 대기발령 시점부터 증거 수집에 동의를 하지 않는 경우는 드물다. 대기발령은 대내외적으로 기업의 강력한 조사 의지를 천명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배임행위 조사에 반드시 필요한 다른 직원들의 신고 등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따라서, 대기발령은 취업규칙상 근거, 비위행위 입증된 정도, 예상되는 반발 강도, 조사에 소요되는 예상기간을 고려하여 시행여부와 시기를 정한다. 실제 직접 필자가 참여한 사례 중 기업이 배임 혐의를 어느 정도 확인한 후 대상 직원을 전부 전격 대기발령하고 본격적 조사를 실시한 사례가 있었는데, 증거 수집 동의도 모두 받았고, 기업 조사 의지를 확인한 직원들의 협조로 배임직원들의 혐의 확인과 징계까지 원만하게 마무리된 적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외부 업체와 고객사 임직원은 조사 실행상 여러 애로사항이 있는데, 기업 임직원과는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고객사 담당자나 외부 업체 대표는 기업과 직접 고용관계가 없으니 기업 조사요구에 응할 의무가 없고, 응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줄 수도 없다. 소속 임직원의 비위행위 가담 여부는 향후 거래관계 지속, 법적 책임에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소속 업체가 반대할 가능성이 많다. 조사 개시 후 배임행위 가담이 밝혀지지 않으면 외부 업체가 갑을관계상 갑질을 한다고 주장하거나, 고객사가 납품 누락에 의한 손해를 전부 배상하라고 할 염려도 있다.

따라서 고객사 담당자 등을 조사하지 않고 A와 담당자간 이메일/메신저 교신, 서류작성 과정상 하자 등 별도로 구한 증거만으로 혐의를 입증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다. 부득이 조사를 해야 한다면, 은밀히 실행하는 경우 외부 업체나 고객사 인사권 침해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사전 양해를 받고 진행하거나, 아니면 질의서 내용증명 발송, 관련 직원을 통한 자발적 진술서 제출 등으로 갈음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직접 조사에 관한 것은 아니지만, 외부 업체 등의 배임행위 가담 사실이 명확하고 유착이 심해 향후 정상적 거래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경우, 기업은 다소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손해 배상, 계약 해지, 형사 고소 등 조사 외 수단을 통한 근본적 해결도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손실 감수의 각오가 없으면 기업 내 배임행위도 낱낱이 밝혀 책임을 추궁하기가 어려워져서, 조사를 통한 기강 확립은 멀어진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