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처럼 사라진 타임오프 논의…공무원·교원 타임오프는 인정될듯

한경 CHO INSIGHT '백브리핑'
지난해 11월 야심차게 시작됐다가 소리소문없이 '휴업' 중인 사회적대화기구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급여를 받으면서 노조활동을 하는 유급노조전임자 수를 얼마나 둘 것인지를 결정하는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근면위)입니다. 노동계의 요구로 '협상'이 시작됐지만 친노동 정권 말 동력이 급격히 빠지면서 사실상 흐지부지되는 분위기입니다. 원치 않은 상태에서 '멱살' 잡혀 들어갔던 경영계 입장에서는 다행일 수 있지만, 엄연히 법에 명시된 시한 내에 명확한 결론을 못내고 '불씨'만 그대로 살려두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11월 30일 근면위에 근로시간면제한도 심의를 요청했습니다. 지난해 7월 시행된 개정 노조법에 따라 근로시간면제한도 심의 요청 권한이 기존 고용노동부 장관에서 경사노위 위원장에게로 넘어갔고, 개정 노조법이 법 시행과 동시에 '심의 착수'를 강제해놓은 데 따른 것입니다. 같은 달 제1차 전원회의를 시작으로 심의 기한이었던 지난 2월3일까지 총 17차례 전원회의가 열렸습니다.첫 전원회의가 열리기까지 노·사·공익위원들은 근로시간면제제도의 도입 배경과 1기(2010년)와 2기(2013년) 근면위 논의 결과, 해외 사례, 현장 사례 등에 대한 사전 논의를 거쳤음에도 이후 전원회의는 공전의 연속이었습니다. 협상의 속도를 높여줄 것으로 예상됐던 실태조사 결과는 협상의 동력을 떨어뜨린 결정적인 계기였습니다. "유급노조전임자 수를 늘려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지요.

이후 경영계에서는 "근로시간면제한도를 늘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태세를 전환했고, 노동계에서는 경영계의 '장외 플레이'를 비난하며 공방만 주고받았습니다. 그러기를 몇 차례, 심의시한인 2월 3일 제17차 전원회의가 열렸고, 이후 제18차 회의도 잡아놓긴 했으나 위원 중 일부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회의는 취소됐고 이후로는 감감 무소식입니다.

경사노위 안팎에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예상했던 그림 그대로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당초 이 협상의 시작이 노동계 대표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실질적인 성과를 얻어내려는 것보다는 지도부의 '필요'에 따른 '액션'이었고, 경영계는 물론 캐스팅보트를 쥔 공익위원 입장에서도 대선을 코 앞에 두고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리기가 부담스러운 이슈이기 때문이라는 얘기입니다. 어찌 됐건 근면위 논의는 지난달 3일 회의를 마지막으로 한 달 넘게 '휴업 중'이고,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노동계는 못내 아쉬울 것이고, 경영계로서는 다행일 수 있지만 이런 지적도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노동계 요구대로 유급 노조전임자를 대폭 확대하는 쪽으로 결론나지 않은 게 다행일 수 있지만, 현행 법에 논의시한까지 명시돼있는 사회적대화가 주변 환경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것이 우리나라 사회적대화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같다."

민간기업의 타임오프제 개편 논의와 달리 공무원과 교원에 대해서도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문제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윤석열 당선인도 공약집에서 '공무원·교원의 노조전임자에 대한 타임오프제도 마련을 통해 원활한 노조활동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소위는 지난해 12월 대선 과정에서 나타난 양강 후보의 뜻에 따라 논의를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