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우회' 더 멀어진 런던-뉴욕…연료비-소요시간 모두 늘어나

항공사는 연료비, 탑승객은 시간 손해…고유가 상황서 연료비 부담↑
인천→파리 비행시간 2시간 5분 늘어나…국제선 운항 재개 '제동'
항공사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여파로 러시아 영공을 피해 우회 항로를 이용하면서 연료비 부담과 탑승객 불편이 커질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인천~러시아 모스크바·블라디보스토크 여객 노선 운항을 중단하고, 인천~런던·파리 등의 유럽 노선과 인천~뉴욕· 애틀랜타·워싱턴 등의 미주 노선 항공편의 경우 우회 항로를 이용한다고 15일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천~런던·프랑크푸르트·뉴욕 노선 항공편도 우회 항로를 이용한다.

에어부산은 격주로 1회 운항 중인 인천~블라디보스토크 노선의 운항을 중단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유럽 항공편은 러시아 영공 대신 중국·카자흐스탄·터키 영공을 지나 인천과 유럽을 오간다.

미주에서 한국으로 오는 항공편은 북극 항로 대신 태평양 항로를 이용한다.

항공사 입장에서는 우회 항로 이용으로 유럽행 일부 항공기를 더 오래 비행할 수 있는 기종으로 변경하고, 공항 이·착륙 일정도 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고유가 상황에서 운항 거리 증가로 연료 소비까지 늘어나면서 항공사들의 연료비 부담은 더욱 커졌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 아시아 지역의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123.20달러로, 지난해 3월보다 74.2% 올랐다.

우회 항로 이용 시 연료비 지출은 기존보다 20%가량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는지를 묻는 승객의 전화가 많았다"며 "연료비 증가에 따른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고려해 우회 항로 이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감했던 국제선 여객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항공사들의 국제선 재개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항공사들은 정부의 백신 접종자 자가격리 면제 조치 시행에 따라 점차 국제선 운항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러시아 영공 비행 중단에 따라 유럽과 미주 노선의 운항 재개 및 확대 시점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인천과 유럽을 오가는 항공편의 비행시간이 늘어나면서 탑승객들의 불편은 커졌다.

유럽 항공편 비행시간은 우회 항로 이용 시 기존 항로보다 편도 기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45분가량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천→파리 노선 비행시간은 기존 12시간 30분에서 14시간 35분으로 2시간 5분,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은 기존 12시간에서 14시간 15분으로 2시간 15분이 늘어난다.

북극 항로 대신 태평양 항로를 이용하는 애틀란타→인천 노선의 경우 비행시간이 15시간 10분에서 16시간으로 늘어난다.

장기적으로는 항공권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회 항로 이용으로 연료비 지출이 늘어난 항공사가 손실을 줄이기 위해 항공권 가격을 인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권 가격은 수요에 따라 결정된다"며 "당장 항공권 가격을 올리지는 않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항공사도 손해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다소 오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안 그래도 높아진 화물 운임에 물류비 부담이 커진 수출기업은 국적 항공사의 러시아 영공 비행 중단으로 부담이 더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항공 화물 운임지수인 TAC 지수의 지난달 홍콩∼북미 노선 항공 화물운임은 1㎏당 9.68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0.7% 올랐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각각 주 4회·7회씩 모스크바 경유 유럽행 화물기를 운항했지만, 앞으로 모스크바를 경유하지 않기로 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로의 항공 수출길이 막혔을 뿐 아니라 유럽행 화물 운송 단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