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윤석열의 민정수석 폐지 사유 부적절"…벌써 신·구 권력 신경전

尹 "사정기관 장악한 민정수석실
합법 가장해 반대세력 통제"

靑 "현정부서 하지 않은 일 들어
폐지 근거로 삼는 것 적절 안해"

尹측 '공기관 인사 협의' 요청에
靑 "임기내 인사권 행사 당연"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을 앞두고 신·구 권력 간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언하면서 ‘과거 잔재 청산’을 내건 데 대해 청와대는 “적절치 않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윤 당선인 측이 ‘임기 말 인사 알박기’ 논란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인사는 현 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16일 예정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만남도 이명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문제 등을 놓고 날 선 자리가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尹 “국민 뒷조사” 靑 “현 정부 안한 일”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기자들과 만나 윤 당선인이 과거 민정수석실에 대한 비판을 내놓은 데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현 정부에서 하지 않은 일을 들어서 민정수석실 폐지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 정부 민정수석실의 기능은 민심 청취, 법률 보좌, 인사 검증, 반부패 정책 조정, 공직 감찰, 친인척 관리 등”이라며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은 법령이 정한 업무에 충실한 소임을 다해왔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밝혀 드린다”고 말했다.윤 당선인은 전날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등을 만나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 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은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고, 세평 검증을 위장해 국민 신상 털기와 뒷조사를 벌여왔다”며 “이런 잔재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를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이 같은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과 관련해 특별감찰반의 불법사찰 논란, 울산시장 하명 수사 의혹,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졌다.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해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 수사를 직접 지휘하기도 했다.

“文 정부 임기 말 알박기 인사” 공방도

청와대와 윤 당선인 측은 인사 문제와 관련해서도 서로 각을 세웠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문재인 정부의 임기 말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논란과 관련해 “현 정부 안에서 필수 불가결한 인사가 진행돼야 할 사안도 있을 것”이라면서도 “꼭 필요한 인사의 경우 저희와 함께 협의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업무 인수인계가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5월 9일까지는 문재인 정부 임기고,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날을 세웠다.업계에 따르면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은 지난 14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 선임과 대표이사 선임 등을 안건으로 올리려다 보류했다. 윤 당선인 측 인사들이 “정부가 곧 바뀌는 상황에서 새 대표 선임을 강행하는 게 맞느냐”고 사측에 의견을 전달한 결과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은 총 20조원 규모의 ‘한국형 뉴딜펀드’ 운용을 총괄하는 공기업이다. 지난해 9월에도 투자운용본부장에 관련 경력이 없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행정관 출신 인사를 선임하려다 논란이 일자 백지화했다.

尹 측, MB 사면 압박…16일 회동 주목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 간 회동과 관련해서도 양측에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 자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 전 대통령 사면 문제와 관련해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언론브리핑에서 “윤 당선인은 16일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오찬을 갖기로 했다”며 “두 분이 독대하고, 배석자 없이 격의 없게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당선인은 이 전 대통령의 사면을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 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윤 당선인 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라디오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퇴임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과 함께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사면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권 의원은 “김 전 지사가 문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선거법 위반을 한 것 아니냐”며 “대통령으로선 김 전 지사를 그냥 놔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문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 사면을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찬 회동에서 윤 당선인이 요청을 하면 문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도원/김재후/고은이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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