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백악관, 복도 오가며 회의…英·日, 한 건물에 업무실 집중

주요국 대통령·총리 집무실
청와대 본관은 총면적 8476㎡의 웅장한 한옥으로 ‘임금님의 거처’라는 이미지를 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을 비서동이 있는 여민1관에 추가로 마련했지만 관저와 비서동 간 거리가 멀어 여전히 ‘소통이 어렵다’는 인식이 강하다.

해외 대통령이나 총리 집무실은 다르다. 집무실, 비서동, 관저가 가까이 붙어 있어 수시로 회의할 수 있다. 미국 백악관은 청와대 이전 공약이 나올 때마다 벤치마킹 대상으로 거론된다. 1800년 완공된 백악관은 대통령 가족의 거주 공간을 중심으로 좌우에 건물이 붙어 있다. 오벌오피스로 불리는 대통령 집무실과 참모들이 있는 서관은 ‘웨스트윙’, 대통령 부인 집무실이 있는 동관은 ‘이스트윙’으로 불린다.
웨스트윙은 3개 층이다. 2층엔 대통령 집무실과 비서실장실, 부통령 집무실, 안보보좌관실, 대변인실 등이 몰려 있다. 대통령이 몇 걸음만 옮기면 부통령·비서실장·안보보좌관 등과 만날 수 있는 구조다. 1층엔 상황실, 회의실,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국, 국토안보부실, 비밀경호국실, 기자실 등이 있다. 미국 대통령과 참모들의 정치 현실을 담아낸 ‘웨스트윙’ 등 드라마를 보면 대통령이 복도를 지나가다 수시로 참모들과 마주쳐 현안을 논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다른 주요국 정상들의 집무실도 백악관처럼 집무공간과 비서실이 붙어 있다. 18세기에 지어진 영국의 총리 관저는 런던 시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형태의 타운하우스 건물이다. 영국 런던의 중심부인 시티오브웨스트민스터의 다우닝가 10번지에 자리잡고 있다. 관저 내부의 방은 100개가 넘는다. 이 중 3개 층에 총리와 가족의 주거 공간, 총리 집무실, 비서실장실, 참모 사무실, 회의장 등이 있다. 나머지 층은 회의실과 사무공간, 대기실, 만찬실 등으로 사용된다.

2002년 완공된 일본 총리관저는 상대적으로 첨단 시설을 갖췄다. 지상 5층, 지하 1층에 국가원수가 업무를 보는 데 필요한 시설이 몰려 있다. 5층에 총리집무실, 우리의 대통령 비서실장 격인 관방장관과 관방 부장관의 집무실, 비서관실, 회의실 등이 모여 있다. 바로 아래층인 4층에 내각회의가 열리는 각료회의실이 자리잡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들은 “소통 없는 관저 구조가 총리의 고립을 초래한다”는 비판을 종종 한다. 엄격한 사무실 간 보안, 부처 이기주의, 경직된 관료 문화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