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가 지금 사들이는 것?+"침체 예측, 믿지 말라"란 조언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15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미국 시간으로 이날 새벽 러시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란의 호세인 아미르압둘라히안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미국의 제재가 이란 핵 합의(JCPOA) 타결 이후 러·이란 간 교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서면 보증'을 미국에서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이란 핵 합의 복원 회담 재개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 고위 관료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에 대해 언급할 수 없다"라면서도 "러시아 제재는 JCPOA와는 무관하며 합의 시행에도 영향을 미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서명 보증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이에 따라 지난 9일부터 급락세를 이어온 국제 유가가 다시 크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난관에 부닥친 듯했던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어 이란산 원유가 하루 100만 배럴 이상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고유가와 전쟁에 따른 경기 냉각. 중국의 선전 봉쇄 등으로 인해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커졌습니다. 이날 OPEC은 월간 보고서에서 "경제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 그리고 진행 중인 지정학적 위기는 원유 수요에 충격을 줄 수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브렌트유는 이날 7.45% 내린 배럴당 98.90달러로 마감됐습니다. 지난 2월 28일 이후 보름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 아래에서 거래를 마쳤습니다. 서부텍사스원유도 7.3% 급락해 배럴당 95.47달러까지 내렸습니다.

또 이날 아침 8시 30분 발표된 미국의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서도 약간의 희망이 발견됐습니다. 전년 대비로는 10.0% 올라 전달 9.7%보다 더 높아졌지만, 전월 대비로는 0.8% 상승해 전월의 1.2%보다 둔화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2월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2% 상승하는 데 그쳤습니다. 전달에는 0.8% 상승했었고 시장 예상치도 0.6% 상승이었습니다. 물론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세가 반영될 경우 3월 수치는 더 오를 수 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공포에 떠는 투자자들에게 한 줄기 빛을 비췄습니다. 보합권에 머물던 주요 지수 선물은 유가 하락과 함께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오전 9시 30분 주요 지수는 0.7~0.8% 수준 상승하면서 출발했습니다.

지난 사흘간 급락한 증시는 강한 반등을 보여줬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승 폭은 커졌습니다. 오후 12시가 넘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샤를 미셸 EU 의회 정상회의 의장과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받아들일 만한 해결책을 찾는 데 진지하지 않다"라고 말한 사실이 보도되자 시장은 잠시 주춤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협상단을 이끄는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실 고문의 "매우 어렵고 끈질긴 과정이다. 타협 여지도 있다"는 말도 전해졌습니다.오후 2시 반이 넘자 저가매수가 몰려들면서 상승세가 가속화됐습니다. 결국, 다우는 1.82%, S&P500 지수는 2.14%, 나스닥은 2.92%나 급등했습니다.
유가 하락의 영향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델타항공(+8.7%), 아메리칸항공(+9.26%) 등 항공 주가 폭등했습니다. 이날 몇몇 항공사는 콘퍼런스콜에서 항공 여행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부킹홀딩스(+4.01%) 등 여행 주도 동반 강세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옥시덴탈페트롤리엄, 마라톤오일, 할리버튼 등 에너지 관련주는 모두 최소 2% 이상 또다시 떨어졌습니다.
이날은 금리도 보합세를 보이면서 증시 반등을 가로막지 않았습니다. 나스닥이 더 많이 오른 이유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 넷플릭스는 각각 3.8% 올랐습니다. 엔비디아(+7.7%), AMD(6.9%) 등 반도체주도 동반 폭등했습니다.

T로우프라이스의 팀 머레이 자본시장 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이 유가 하락 및 생산자 물가 하락을 Fed가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라면서 "금리는 미국 주식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주가가 많이 내렸다. 나스닥의 경우 최고가에서 50% 내린 주식이 절반에 달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반등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사실 최근 S&P500 지수는 급락세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2% 안팎의 급등세를 보여왔습니다. 사나흘 내린 뒤 급반등하는 패턴이 형성되고 있는 겁니다.
또 S&P500지수는 기술적으로 4200선에서 강한 지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날 4161까지 떨어졌지만 이날 다시 4262까지 뛰어올랐습니다.
강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리서치 헤드도 다시 나왔습니다. 그는 "주가에 부정적인 게 너무 많이 반영되어 있다. 지금은 주식에서 위험을 추가할 때(살 때)다. 우리는 지난달 조정을 받을 때 전쟁으로 성장이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등 너무 많은 부정적 요인들이 시장에 들어왔다고 본다. 우리는 여전히 위험 선호 자세를 유지한다. 우리는 경제 침체를 보지 않으며 지속적인 약세장에 들어갔다고 믿지도 않는다"라고 밝혔습니다. JP모건은 이날 별도의 보고서(china internet)에서 폭락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기술주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매력적이지 않고, 밸류에이션을 지지할 것도 없지만 잠재적으로는 몇 배씩 뛸 가능성이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6~12개월 동안에는 중국 기술주를 피하라"면서도 "적어도 3년 내에는 우리 커버리지에 있는 적어도 10개 주식은 시가총액이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믿는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전날 중국 증시에서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주들은 또다시 폭락했지만, JP모건의 보고서 덕분인지 이날 뉴욕 증시에서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습니다.
Fed가 기준금리를 올려도 증시는 버텨낼 수 있다는 관측도 많습니다. LPL파이낸셜에 따르면 이전 8번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S&P500지수는 첫 3개월간 상승확률이 50%에 그쳤지만 6개월 동안에는 75%로 높아졌고 1년 뒤에는 100% 상승했습니다. 상승률도 나쁘지 않습니다. 기준금리 시작 이후 1년 뒤 S&P500 지수는 평균 10.8% 상승했습니다. 게다가 한 해 네 번 이상 금리를 올린 해에도 S&P500 지수는 대부분 올랐던 것으로 집계됩니다. 1978년부터 그런 해가 여덟 번 있었는데, 그중 여섯 차례가 상승했습니다. 1978 1.06% 올랐고 1979년 12.31%, 1980년에는 25.77% 급등했습니다. 최근에는 2005년 3%, 2006년 13.62% 상승했습니다. 주가가 하락한 해는 1994년 -1.54%, 2018년 -6.24% 밖에 없습니다.
물론 어제 전해드린 대로 긴축 사이클이 시작된 다른 때와는 달리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나 변동성지수(VIX)도 높고, 밸류에이션도 높습니다.

시장을 끌어내려온 불확실성도 해소된 게 없습니다. 전쟁은 이어지고 있고 Fed는 내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금리 인상을 시작합니다. 내일 통화정책을 결정하고 발표하지만 그렇다고 통화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만약 Fed가 6월 회의 때까지 근원 물가가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것을 목격하지 못한다면 회의 때마다 25bp 인상을 할 것이란 예상은 버려질 것이다. Fed는 하반기에는 50bp씩 올리는 등 훨씬 가파르게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유가도 배럴당 100달러 이하에 머물 것으로 보는 분석은 많지 않습니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6월까지 원유가 배럴당 125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며 연말께 배럴당 105달러로 점차 하락할 것"이라며 "원유 및 에너지 주식은 우크라이나 분쟁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남아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러시아의 에너지에 대한 제재와 일부 수입금지 조치 등으로 글로벌 공급이 더 빡빡해질 것이다 △이런 수준의 공급량 감소는 다른 산유국이나 전략 비축유 방출로 상쇄하기 어려울 것이다 △글로벌 석유 수요는 하반기에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다 등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시간문제일 뿐 해소될 것입니다. 문제는 Fed입니다. Fed의 금리 인상이 주식 시장의 가장 큰 적인 경기 침체를 부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증시의 핵심은 과연 Fed가 침체를 불러일으키지 않고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가 여부"라고 말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주 올해 미국 경제 성장률을 기존 3.1%에서 2.9%로 낮추면서 내년 침체 가능성을 20~35%로 제시했습니다.

사실 이런 예측을 그냥 믿으면 안됩니다. TS롬바드의 다리오 퍼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20년 '월가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살아남는 10가지 방법'(The Rules To Being A Sellside Economist)이란 자조 섞인 글에서 경기 침체에 대해 "역사는 누구도 침체를 예측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라면서 "하지만 모두 예측을 요구할 테니 이때는 침체 위험을 강조하되 이것이 적어도 18개월 후라고 주장해야 한다"라고 조언했습니다. 만약 침체가 더 빨리 일어난다면 위험에 대해 미리 경고했다고 말할 수 있고, 침체가 발생하지 않으면 예측을 바꾸거나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길 기도하라고 했습니다. 그는 Fed에 대해 예측할 땐 "Fed는 대부분 그들이 뭘 할지 알려주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단순히 Fed의 얘기를 반복하면 그 역시 비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조금 더 매파적으로 갈지, 비둘기파적으로 갈지를 택일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시장 가격이 Fed 위원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단기적으로 강한 전망을 해선 안 되고, 역시 6~12개월 시간을 두고 예측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런데도 예측이 빗나간다면 당국자들이 정책 실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거나, 그들의 반응 기제가 바뀌었다고 둘러대라"라고 조언했습니다. 즉, 이코노미스트의 예측을 참고할 뿐 100% 신뢰하지는 말라는 얘기입니다.
걱정이 되는 건 과거 때문입니다. 역사를 보면 Fed가 긴축을 통해 미국 경제를 연착륙시킬 확률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네드데이비스리서치에 따르면 1955년 이래 12번의 기준금리인상 주기(3회 이상 금리 인상이 이어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 가운데 9번은 경기 침체로 이어졌고, 세 번 만 이런 침체를 면할 수 있었습니다. 통상 첫 번째 금리 인상 후 첫해는 경제가 좋았지만 1년 차가 지나면 둔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중앙값으로 25개월 뒤에 침체가 시작됐습니다.
특히 금리 인상의 속도와 경기 둔화는 연관 관계가 큽니다. 일반적으로 긴축이 빠르게 진행될 경우, 즉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리면 2년 차에 경기 하락 속도가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즉 침체에 빠지지 않으려면 기준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않는 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현재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월가의 주요 금융사는 올해 Fed가 금리를 FOMC 회의가 열릴 때마다 일곱 번 연속으로 인상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의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도 7회 인상이 가격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런 걱정들은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이날 발표한 3월 글로벌 펀드매니저 서베이(FMS)에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 설문은 지난 3월 4~10일에 실시됐으며, 운용자산 1조 달러 규모인 펀드매니저 341명이 참여했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올해 약세장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60%가 그렇게 본다고 답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는 34%에 그쳤습니다. 지난 2월엔 '예상하지 않는다'라는 답이 66%, '예상한다'가 30%였는데 한 달 만에 뒤집힌 것입니다.
약세장을 우려하는 펀드매니저가 급증하다 보니 이들의 포트폴리오 중 현금 수준은 5.9%로 2020년 4월 이후 최고로 치솟았습니다. 반면, 주식 비중은 거의 2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대신 원유 등 원자재에 대한 노출 비중이 33%에 역대 최고 수준에 달했습니다.
가장 큰 위험으로는 44%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꼽았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침체(21%), 인플레이션(18%), 매파적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9%) 등이 뒤를 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해 51%가 '영구적'이라고 답해 처음으로 '일시적'이라는 응답(42%)보다 많아졌습니다. 지난 2월에는 '일시적'이라는 답이 52%, '영구적'이라는 응답이 39%였습니다. 물가 상승세가 경제에 자리 잡고 있다고 보는 이들이 급증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는 응답도 지난달 30%에서 62%로 급증했습니다. 반면 경기 호조를 기대한다는 답변은 지난달 65%에서 이달 35%로 급감했습니다.

투자자들은 올해 Fed가 4.4회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달 4회를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늘어났습니다.
펀드매니저들은 S&P500 지수가 3636까지 떨어져야 Fed의 '풋'(시장 지원)이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이는 현 수준에서 13% 추가 하락하는 것입니다. 지난달에는 3698로 봤는데 더 낮아졌습니다. Fed 풋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채권, 유로존 주식 및 사치재 부문을 피하지만 현금, 원자재, 헬스케어, 에너지 부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가장 많이 붐비는 거래는 석유·원자재 매수가 꼽혔고, 기술주 매수와 ESG 매수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습니다. 투자자의 거의 절반이 2022년 최고의 수익률을 낼 자산으로는 석유를 꼽았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