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진 대응 보러 왔다"…'국민주' 삼성전자 주총 표심 촉각 [현장+]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강경주 기자]
500만명 넘는 주주를 보유한 '국민주' 삼성전자의 제53기 정기주주총회가 16일 경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전자투표제가 실시되고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역 등을 고려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온라인 중계가 병행됐다.

삼성전자는 전날 오후 5시까지 온라인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를 진행했고, 또 온라인 시청을 원하는 주주를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다. 이날 주총에는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상정됐다.핵심 안건은 새 이사진 선임이다. 최근 국민연금은 사내이사 후보 중 경계현 DS부문장과 박학규 DX부문 경영지원실장에 대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한조 하나금융공익재단 이사장(사외이사·감사위원)과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감사위원)의 선임 안건에 대해서도 '감시 의무 소홀'을 이유로 들어 반대했다.
주총장 입장을 기다리는 삼성전자 주주들 [사진=강경주 기자]
삼성전자 주총장 입구 [사진=강경주 기자]
의결권 자문사인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김준성 전 싱가포르투자청 매니징 디렉터(사외이사)와 김종훈 회장(감사위원) 선임에 반대를 권고했다. 김 전 디렉터는 2011~2013년 삼성전자 계열사인 삼성자산운용에서 최고투자책임자(CIO)로 재직한 적 있어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고, 기존 삼성전자 사외이사였던 김 회장은 지배구조 정책에 대한 감독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이유를 달았다.안건에 반대하는 국민연금의 지분이 상대적으로 낮아 이들 안건이 실제로 부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21.16%인데 국민연금의 지분은 8.53%에 그친다. 다만 주주들 찬성률이 낮다면 새 경영진 입장에선 부정적 여론 형성에 대한 부담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앞에서 노조 관계자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강경주 기자]
삼성전자 주총장 입구 [사진=강경주 기자]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사태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GOS는 고성능 게임 실행시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 등을 조절해 스마트폰 발열을 제어하는 어플리케이션(앱)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2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GOS를 우회할 수 있는 수단을 막았는데, 최신 스마트폰 기능을 온전히 쓸 수 없고 스마트폰 구매시 회사 측이 이를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사태 초반에는 소비자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갤럭시 S22 구매 취소 인증글을 올리는 등 소극적으로 반대했지만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역대 최고 성능' 홍보에 대해 표시광고법 위반으로 신고하고 수천명 규모 집단소송도 준비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스마트폰 사업의 수장인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대해서도 반대 운동에 나섰다. 노 사장이 이날 주총에서 관련 질의에 직접 답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실제로 이날 주주총회가 열린 수원컨벤션센터 입구에서는 전국삼성전자노조가 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철회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GOS 사태는 최고 스마트폰인 갤럭시의 성능을 믿어준 소비자들을 기만한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며 "사후 재발 방지가 꼭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성전자 구급차 [사진=강경주 기자]
주총에 참석한 삼성전자 주주 A씨(49)는 "오랜 주주인데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하는 주총은 처음 참석한다"며 "GOS 사태 때문에 와봤다. 경영진이 어떻게 대응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이 밖에도 이날 주총에선 노조 파업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한 대책,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수율 문제 등 최근 현안에 대한 주주들의 질의도 나올 전망이다. 지난해 주총에선 여러 주주들의 질문에 경영진이 일일이 답하면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삼성전자는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열려 방역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수원컨벤션센터 입구에는 구급차가 상시 대기중이었고 건강확인소를 운영해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1층에서 주총장 입구인 3층으로 이어지는 동선에는 수십명의 직원이 배치돼 발열체크와 소독을 안내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